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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일반/서양철학사

서양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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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철학을 보면 철학의 시작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떤 법칙 혹은 질서에 대한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법칙과 질서에 대한 논리적인 해석을 신(神)에게 맡기고 있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신이 노하셨다'와 같은 식으로 해석했다. 당연히 그런 시대라고 추측할 수도 있다. 유목이든, 농경이든,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로 살아야 하는 시대였는지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의 뜻을 읽어내는 제사장은 상당히 중요한 자리였다. 사실, 이런 모습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현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또 종교와 상관없이 어떤 일이 막히거나 잘 안되면 "하지 말라는 계시인가"와 같은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자가 자신의 삶에 개입해서 책임을 대신 져주는 필연적인 상황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기원전에 소수의 인간들이 호메로스(Όμηρος, 기원전 8C)의 서사에서 벗어나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거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큰 환경적 뒷받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신에게 빌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풍요의 시대가 온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떤 권위나 단체의 압력에 굴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개인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사상이나 주체성을 표현해도 될만큼 자유로워진 것이다. 즉, 누군가가 "그건 신의 뜻이야"라고 말했을 때 "그건 아니지"라고 말하며 다른 논리적 사유를 들이밀 수 있는 자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Αριστοτέλης, 기원전 384 ~322)는 <형이상학>에서 그런 사람들이 씨족사회인 원시공동체에서 고대 귀족노예사회로 이르는 전환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신이라는 만능에 기대지 않고 세계의 질서에 대해 철학적인 원리, 이 세상의 근본 물질은 무엇인가를 탐구한 최초의 철학자는 그리스의 식민지인 이오니아의 밀레토스에 살았던 탈레스(Θαλής, 기원전 625 ~546)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시대를 잠깐 요약하면 이렇다. 탈레스 시대의 그리스는 이오니아 식민지를 중심으로 해상무역이 번창했다. 이오니아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3대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여기는 상업뿐 아니라 문화와 사상의 허브이기도 했다. 또한 그리스는 수많은 노예로 계획적인 농경이 가능해 생산력이 높았고 세습왕 체제에서 귀족정으로, 다시 민주정으로 이행하는 폴리스의 정치체제는 공동체의 강화와 자유민의 국정 참여를 가져왔다. 따라서 꼭 부유한 지배계급이 아니더라도 자유민들은 우주의 질서를 고민할 수 있는 물적, 심적 여유가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탈레스는 세상의 근본 물질이 '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품고 있는 건 물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레스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생명력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탈레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당시 사용하는 모든 물질이 자연에서 나왔기 때문일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딱딱한 나무나 돌멩이도 이전엔 물을 품고 있었다. 탈레스를 시작으로 이제 인간은 일정한 법칙적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가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그로 인해 자연에 대한 지배력도 조금씩 상승해 갔다. 그리고 이 사고는 조금씩 커져가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0221 ~ 16500211)에 가서 100%를 찍는다. 탈레스는 만물을 지배하는 것은 물이고 그건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아낙시만드로스(Ἀναξίμανδρος, 기원전 610 ~ 546)는 이를 아르케(ἀρχή)라고 말했고 헤라클레이토스(Ήράκλειτος, 기원전 6C초)는 이를 로고스(λόγος)라고, 플라톤(Πλάτων, 기원전 428 ~ 347)은 이를 이데아(Ιδέα)라고 불렀다.

 

 눈에 비친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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