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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子, 1130-1200)/주자

천지(天地), 인(人), 물(物)의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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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안에의 理가 있으므로 氣가 그 理에 따라 실제로 운동하고 고요하게 된다. 氣의 운동은 유행하여 양기가 되고 氣의 고요는 응집하여 음기가 된다. 주자는 염계의 「태극도설」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번 운동하고 한번 고요할 때 서로가 서로의 근본이 된다. 운동하다 고요해지고 고요하다 운동하여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며 오고 간다. 음으로 나뉘고 양으로 나뉘어 양의(兩儀)가 성립된다. 이 양의는 하늘과 땅으로 괘를 그릴 때의 양의의 뜻과는 구별된다. .... 혼돈하여 (하늘과 땅, 즉 양의가) 갈라지기 전에 음양의 기는 뒤섞여 그윽하고 어두운 상태로 존재했다. 갈라지면서 중간에 광활하게 빛이 나면서 양의가 비로소 생겼다.

 

강절은 129,600년을 1원(元)으로 삼았으니 129,600년 전에는 또 하나의 대개벽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 이전도 마찬가지다. 즉 "동정은 단초가 없고 음양은 시작이 없다"는 말이다. 작은 것은 큰 것의 축소판이니 (천지개벽의 반복은) 낮과 밤의 반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양이 변하고 음이 부합하여 수, 화, 목, 금, 토가 생긴다. 음양은 氣이니 오행의 질(質)을 낳으며, 하늘과 땅이 사물을 낳을 때 오행이 맨 먼저였다. 땅은 흙이고 토는 곧 금, 목 등의 온갖 부류를 포함한다. 천지간에 그 어떤 것이 오행이 아닌 것이 있겠는가? 음양오행의 일곱 가지는 서로 뒤섞여 사물을 생성하는 재료가 된다. 또 오행이 순조롭게 분포하여 사계절이 운행되는데 금, 목, 수, 화가 각각 춘, 하, 추, 동에 분배되고 토는 사계절에 걸쳐 있다.

 

즉 음양을 氣, 오행을 질로 여겼다. 또 말했다.

 

음양은 氣이고 오행은 질이다. 저 질이 있으므로 사물이 산출될 수 있다.

 

氣 가운데 맑은 부분이 氣이고 탁한 부분이 질이다.

 

기는 사물 생성의 재료이다. 구체적 사물의 생성은 기가 재료이고 理가 형상이다. 재료라는 명사는 바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질료(matter)의 의미다. 이른바 질이란 더 가시적인 재료를 지칭한다. 주자는 말했다.

 

천지가 처음 열릴 때 단지 음양의 기만 있었다. 그 기가 운행하여 이리저리 마찰하는데 급히 마찰하면 온갖 앙금이 눌러 짜진다. 이때 속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은 중앙에서 땅으로 뭉쳐졌다. 맑은 기는 하늘이 되고 해와 달이 되고 별이 되어 바깥에서 늘 선회한다. 땅은 중앙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질이란 여기서 말한 "앙금"임을 알 수 있다.

이 "눌러 짜진" "앙금"은 처음은 가늘고 나중은 거칠다. 주자는 말했다.

 

천지만물의 생성은 먼저 가볍고 맑은 것이 생기고 무겁고 탁한 것으로 진행한다. 하늘이 물을 낳고 땅은 불을 낳는다. 물과 불 이 두 사물은 오행 중에서 가장 가볍고 맑은 것이다. 쇠와 나무는 물과 불보다 더 무겁고 흙은 쇠와 나무보다 더 무겁다.

 

아마 천지의 시초에 혼돈이 분화되지 않았을 때 물과 불 두 가지만 있었다고 생각된다. 물의 앙금이 땅이 되었으니 요즘 산에 올라가보면 여러 산들에 큰 물결의 흔적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즉 물이 그곳까지 범람했었다는 증거이다. 다만 언제 응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처음에는 아주 유연했다가 나중에 딱딱하게 응고되었을 것이다.

 

"마치 조수가 모래 더미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 물이 극도로 탁해지면 땅이 되고, 불이 극도로 투명해지면 바람과 천둥, 번개 또는 해와 별 따위가 된다.

 

즉 오행 중에 먼저 물과 불이 생겼고 그뒤로 흙이 생겨 땅이 되고 이 구체적 세계가 구성되었다는 말이다.

이 구체적 세계도 하나의 "기(器)"이니 역시 하나의 구체적 사물이다. 구체적 사물은 생성과 소멸이 있으므로 이 구체적 세계 역시 생성과 소멸이 있다. 어록은 말한다.

 

태극 이전에 또 다른 세계가 있었을 것이다. 마치 어제의 밤이 있었으니 오늘의 낮도 있듯이. 음양 역시 하나의 대개벽이다.

 

"지금 태극 이전을 이렇게 추론하면 이후도 역시 이와 같은 것입니까?"

"물론 그렇다. '동정은 단초가 없고 음양은 시작이 없다'는 정자의 말이 그것을 매우 명백히 보여준다.

 

"동정은 단초가 없고 음양은 시작이 없다함은 무슨 뜻입니까?"

"음양은 시작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의 시작이 있기 전에도 필경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스스로 천지우주는 만들어졌다가 파괴된 다음에 다시 그렇게 만들어지니 무슨 끝이 있겠는가?"

 

"태극 이전"이라고 함은 이 구체적 세계의 이전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구체적 세계가 완성되기 이전에 이미 구체적 세계가 있었으니, 이 구체적 세계가 이미 파괴된 이후에도 여전히 구체적 세계가 있다. 이와 같이 생성과 파괴가 순환하여 무궁히 계속된다.

구체적 세계의 모든 종류의 생물의 산생은 다 먼저 "기화(氣化)"에서 비롯되고 그 다음은 "형생(形生)"에 의한다. 주자는 말했다.

 

천지의 시초에 어떻게 인종이 유래되었는가? 氣로부터 저절로 두 사람이 응결되었다. ........그 두 사람은 마치 현재 사람 몸의 이(蝨)와 같이 자연 변화되어 나온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기화"이다. 주자는 말했다.

 

기화는 당초 번식에 의하지 않고 한 사람이 자연 생긴 것을 말한다. 형생은 그 한 사람이 생긴 이후에 끊임없이 낳고 낳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유래는 이와 같다. 다른 종류의 생물의 유래도 이와 같다.

 

 

중국철학 / 펑우란 / 박성규 옮김 /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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