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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朱子, 1130-1200)/주자

기(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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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의 리 세계 내에는 오직 리만 있으나, 형이하의 이 구체적 세계의 구성은 기에 의존한다. 그리스 철학과 비교하면 리는 형상, 기는 질료와 같다. 주자는 말했다.

 

천지간에는 리도 있고 기도 있다. 리는 형이상의 道로서 사물을 낳는 근본이며 기는 형이하의 器로서 사물은 낳는 도구다. "따라서 사람이나 사물은 생길 때 반드시 이 리를 타고나 性으로 삼고, 반드시 이 기를 타고난 몸체를 갖춘다.

 

기는 그 리에 따라 작용하는 듯이 보인다. 그 기가 응집되면 리도 거기에 존재한다. 기는 응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반면에 리는 의지도 없고 계획도 없고 조작도 없다. 기가 응결되는 곳이면 리는 곧 그 안에 존재한다. 또 천지간의 사람, 사물, 초목, 금수 등의 생물은 다 종이 있고 종자가 없는 것은 없는데, 결단코 종자 없이 공연히 땅 위에 생긴 것은 하나도 없으니 이것이 기이다. 리는 오직 정결하고 광활한 세계로서 몸체도 자취도 없으니 조작할 수 없지만 기는 배양하고 응결하여 사물을 생성한다. 그러나 기가 존재하면 리는 곧 그 안에 존재한다.

 

리 세계는 몸체도 자취도 없는 정결하고 광활한 세계다. 리는 내부에 존재하고 의지도 없고 계획도 없고 조작도 없다. 이 때문에 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것이다. 이 구체적 세계는 기에 의해 조작된 것인데 기의 조작은 반드시 리에 따른다. 가령 사람이 벽돌, 기와, 나무, 돌로 집을 지을 경우 벽돌, 기와, 나무, 돌은 형이하의 기로서 그 집을 짓는 도구이다. 집의 형식은 형이상의 리로서 그 집을 짓는 근본이다. 그 집이 완성되면 리는 집의 형식이니 역시 그 내부에 존재한다.

논리적으로 보면 리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지만 실제적으로 보면 리는 구체적 사물 안에 존재한다. 어록은 말한다.

 

"기 안에서 발견되는 리란 대체 어떤 것입니까?"

"예컨대 음양오행이 뒤얽혀 있어도 조리를 상실하지 않는 것이 바로 리이다. 기가 응집하지 않을 때는 리도 붙어 있을 대상이 없다."

 

리가 음양을 타고 있는 것은 마치 사람이 말을 타고 있는 것과 같다.

 

기가 응집하지 않으면 리는 붙어 있을 대상이 없으니 리는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되지 못한다. 구체적 사물 내의 질서와 조리가 곧 "기 안에서 발견되는 리"이다.

리기 존재의 선후에 대해서 어록은 말한다.

 

어떤 일이 있기 있기 전에 그 리는 존재했다. 예컨대 군신이 없었을 때도 이미 군신의 리는 먼저 존재했고 부자(父子)가 없었을 때도 이미 부자의 리는 먼저 존재했다. 그러므로 원래 그 리가 없었는데 군신과 부자가 존재함에 따라 리가 그 안에 심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태극은 다만 천지만물의 리이다. 천지에서 보면 천지 안에 태극이 존재하고, 만물에서 보면 모든 사물 안에 각각 태극이 존재한다. 천지가 아직 생기기 전에 필경 그 리가 먼저 존재했다.

 

천지가 생기기 이전에는 필경 리만 존재했다. 리가 있어서 곧 천지가 생긴 것이니 리가 없다면 천지도 없고 사람도 없고 사물도 없고 아무 것도 존재 할 수 없다. 리가 존재하면 곧 기가 유행하여 만물을 발육시킨다.

 

"먼저 리가 있습니까 아니면 먼저 기가 있습니까?"

"리는 기에서 분리된 적이 없다. 그러나 리는 형이상의 존재요 기는 형이하의 존재이므로 형이상과 형이하의 점에서 보면 어찌 선후가 없겠는가?"

 

"반드시 리가 있은 연후에 기가 있다는 표현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본래 선후를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 기원을 추론해보자면 먼저 리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주자의 체계에서 보면 하나의 리는 반드시 그 개체의 사례에 앞서서 존재한다. 그 리가 없으면 그 개체의 사례의 존재를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와 보통의 기의 존재의 선후는 두 측면에서 보아야 하는데, 사실의 측면에서 보면 리가 있으면 기가 있으니 즉 '동정은 단초가 없고 음양은 시작이 없다"는 말이고 논리의 측면에서 보면 "먼저 리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불별하는 것이고 기는 시공 속에서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면 반드시 "먼저 리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리의 전체는 곧 태극이다. 주렴계의 『태극도설』의 "무극이면서 태극이다"에 대해서 주자는 말했다.

 

주자(周子)가 무극이라고 말한 까닭은 그것이 방향과 장소도 없고 몸체와 모습도 없으나, 사물이 생기기 전에도 존재하고 사물이 생긴 후에도 존재하며, 음양 바깥에 있으나 음양 안에서 늘 작용하고 전체를 관통하며 모든 곳에 존재하여, 애초부터 소리, 냄새, 그림자, 반향을 언급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래 이전의 도가가 도를 형용할 때의 상투어이지만 앞에서 서술한 내용에서 보면 주자의 이 말은 내용이 훨씬 더 충실하다.

 

 

중국철학사 / 펑우란 / 박성규 옮김 /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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