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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리스토텔레스(이하 A)가 플라톤(이하 P)의 분리된 이데아의 이론 또는 분리된 형상 이론에 반대하는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보편자가 단순히 주관적 개념이나 언어적 표현 양식은 아니라는 점에 관해선 P에 동의한다. 왜냐하면 마음속의 보편자에는 대상속의 종적 본질이 - 비록 이 본질은 정신 외부에서 그 어떤 분리된 상태로도 존재하지 않지만 -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직 마음속에서만 그리고 마음의 활동을 통해서만 분리된다. A는 P와 마찬가지로 보편자가 학문의 대상이라고 확신했다. 만약 보편자가 어떤 객관적 실재성도 갖지 않는다면 학적(學的)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학문도 개별자를 그 자체로서 다루지는 않기 때문이다. 보편자는 실재적이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뿐만 아니라 사물 속에서도 실재성을 가진다. 비록 사물 속에 존재하는 보편자는 그것이 마음속에 존재할 경우 지니게 되는 형상적 보편성을 수반하지 않지만 말이다. 동일한 종에 속하는 개별자들은 실재적 실체들이지만 그것들이 그 집합의 모든 구성원들 속에서 수적으로 동일한 객관적 보편자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이 종적 본질은 한 집합에 속하는 각각의 개별자들에게 수적으로는 서로 다르지만 종적으로는 그 집합의 모든 개별자들에게 동일하다. 그리고 이러한 객관적 유사성이 추상적 보편자의 실재 근거인데, 그 추상적 보편자는 마음속에 수적 동일성을 가지고 있으며 집합의 모든 구성원들의 무차별적인 속성으로 단정될 수 있다. 과학자는 개별자로서의 개별적인 금 조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금의 본질, 즉 금이 종이라는 가정 하에서 모든 개별적인 금 조각들 속에서 발견되는 종적 유사성에 관심을 가진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를 사용하여 이 이론에 자극을 주었다. 정의들은 특수자들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그 점에서 그의 사유는 옳다. 보편자 없이 지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A는 P의 분리를 비판했기 때문에 A에게 객관적 보편자란 없고 마음 속에 있는 주관적 보편자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사물 속에 있을 뿐이다. ‘말’이라는 보편자는 주관적 개념이지만 실체적 형상들 속에 개별적인 말들을 알려주는 그 객관적 근거가 있다.
개별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실체다. 보편자들은 실체인가? 종적인 요소는, 형상적 원리는, 개별자들을 종적 집합에 포함시키는 것은 실체라고 불릴 수 있는가? A는 2차적이고 파생적인 의미가 아니면 아니라고 본다. 술어의 주어면서 그 자신은 다른 것의 술어가 되지 않는 것은 오직 개별자뿐이다. 그러나 종도 2차적인 의미에서는 실체라고 불릴 수 있다. 본질적인 요소는 개별적인 것으로서의 개별자보다 더 높은 실재성을 가지고 있으며 학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A는 이에 따라 개별자를 1실체, 종을 2실체라 부른다.
개별자는 진정한 실체지만 그것을 이런저런 종류의 실체로 만드는 것은 사물 속의 주된 요소이자 학문의 대상인 형상이다. 보편자는 개별자 속에서 실재적이다. 그것은 초월적이지 않고 내재적이며 구체적이다. 개별적인 말들은 사라지지만 말의 본성은 말들이 세대를 계속 이어감에 따라 수적으로는 아니고 종적으로 동일하게 남는다. 학자들이 고려하는 것은 말의 본성이지 적토마나 천리마와 같은 개별적인 말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1차 실체가 질료와 형상으로 구성되었다면 2차 실체는 보편 개념에 상응하는 형상적 요소, 또는 종적 본질이다.
개별적 실체는 기체 또는 질료와 형상이라는 본질과의 복합체다. 개별적 실체에는 상황과 관계성이 속하는데 이것들은 9개의 우유적 범주들에 따라서 구별된다. 보편자는 본질적 요소이므로 단순히 개별적인 것보다는 높은 의미의 실재성을 지므로 학문의 대상이다. 보편자는 오직 특수자 안에서만 존재하므로 개별자에 대한 이해를 통하지 않고서는 보편자를 이해할 수 없다.
그리스로마철학사 / 코플스톤 / 김보현 옮김 /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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