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는 사물을 제1성질과 물질 자체에 내재해 있다고도 없다고도 볼 수 없는 제2성질을 구분한다. 제1성질이란 고체성, 연장, 형태, 운동 등과 같이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고 관념은 이를 유사하게 반영한다. 제2성질은 색, 냄새, 맛, 소리 등과 같은 것으로 느끼는 사람이나 느끼는 순간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어 주관적인 것이다.
아일랜드의 철학자 버클리( George Berkeley 16850312 ~ 17530114)는 이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촉감과 모양이 있는데 색이 없는 사물을, 색은 있는데 모양이 없는 사물을 상상할 수 없기에 어떤 면에서 제2성질의 결합이 제1성질이므로 둘은 별개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두 성질 모두 결국 정신의 관념안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존재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지각되는것이라 결론을 내린다. 이 말은 어떤 사물을 지각하면 정신에서 관념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물은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버클리의 세계에서는 외부의 실재 세계가 증발한다. 이는 로크가 제기했던 "외부의 사물과 관념이 어떻게 일치할까"의 문제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일치 여부는 이제 알 수 없는 영역이 되어 버린다.
버클리는 과학에 별 관심이 없던 주교였다. 근대적 문제 설정에서 물질을 부정하면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로크의 문제의식과 달리 과학에 미련이 없던 버클리는 성질의 구분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결국 정신이란 실체만 존재하며, 이 실체가 지각하는 것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버클리의 결론은 많은 질문을 야기했다. 누군가가 물었다. "당신 부인은 지금 안 보이는데, 그럼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생각 끝에 버클리는 기계장치로서의 신을 부른다. "전능하신 신께서 지각해 주시기 때문에 우리 집사람은 존재하고 있지요." 정말 그 어떤 확인도 불가한 답이다. 신이 지각한다는 걸 어떻게 알까. 신이 있다는 것은 또. 신이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말이다. 그 말이 맞다고 해도 플라톤의 이데아도, 유니콘도, 상상의 괴물도, 공룡도,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존재해버리는 것이다. 기괴한 방식으로 유명론은 실재론이 되어 버렸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철학사에서 이 주장은 신을 제거한 흄의 논리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눈에비친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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