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G Hegel(1770-1831)/헤겔

헤겔의 정신 철학에 있어서 형성(Bildung)의 개념

반응형

 

 

헤겔의 정신 철학에 있어서 형성(Bildung)의 개념

 
[한글 요약] 형성, 교양 혹은 도야로 번역될 수 있는 독일어의 Bildung은 근대의 지배적인 정신적 사조였던 계몽주의이래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특히 근대적 사유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율성에 근거하는 주체성의 개념이나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기 자신과 더불어 자연과 세계를 창조하는 인간에 내재해 있는 형성 능력을 전제한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은 근대적 주체성을 표현하는 이러한 형성 개념을 자신의 완결된 철학 체계 속에서 실천철학을 서술한 정신 철학의 중심 요소로, 즉 자유를 자신의 본질로 삼는 정신의 중심 요소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타재 속에 외화하고 이러한 외화 된 타재로부터 자신으로 복귀하는 정신의 운동 원리인 형성은 헤겔에 의하면 대립된 것들, 즉 주관과 객관, 자아와 세계 그리고 자연과 이성을 매개하는 궁극적 원리이다. 형성 운동은 근원적인 자아의 통일을 해체시킴으로써 자아를 타자, 즉 객관, 혹은 세계 속에 정립시킨다. 형성은 이를 통해 자신과 세계의 새로운 탄생과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필연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헤겔에게 있어 정신은 이러한 형성 과정을 토대로 하며 "타재 속에서 자신 곁에 있음(Beisichsein im Anderen)"으로 표현되는 자유의 이념은 정신의 본질로서 형성 운동을 통한 주관과 객관, 자아와 타자의 참된 통일을 의미한다.

 

주제분야 : 독일 관념론, 사회윤리학, 사회철학
주 제 어 : 헤겔, 형성, 정신, 외화, 주체성 

 

1. 들어가는 말 형성, 교양 혹은 도야로 번역될 수 있는 독일어의 Bildung은 근대의 지배적인 정신적 사조였던 계몽주의이래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특히 근대적 사유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율성에 근거하는 주체성의 개념이나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기 자신과 더불어 자연과 세계를 창조하는 인간에 내재해 있는 형성 능력을 전제한다고 할 수 있다. 형성은 따라서 인간으로 하여금 외적 자연과 내적 자연(본능)에 의존하는 단순한 자연적 존재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행위를 보편적인 방식으로 규정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에게 낯선 세계가 아닌, 자신의 고유한 세계에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이해될 수 있다.
헤겔은 근대적 주체성을 표현하는 이러한 형성 개념을 자신의 완결 된 철학 체계 속에서 실천철학을 서술한 정신 철학의 중심 요소로, 즉 자유를 자신의 본질로 삼는 정신의 중심 요소로 받아들인다. 자신을 타재 속에 외화하고 이러한 외화 된 타재로부터 자신으로 복귀하는 정신의 운동 원리인 형성은 헤겔에 의하면 대립된 것들, 즉 주관과 객관, 자아와 세계 그리고 자연과 이성을 매개하는 궁극적 원리이다. 헤겔은 인간의 자연적 본성과 이성을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자연이 "소멸되는 곳에서 비로소 이성의 목적이 실현되어진다"고 이해하는 오성적 사유의 한계를 직접적인 자연적 본성과 구별되는 "제2의 자연"을 가능하게 하는 형성 개념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헤겔에 따르면 주관과 객관, 자아와 세계, 자연과 이성의 참된 통일만이 진리이며 이러한 통일 속에서 정신의 본질인 자유가 비로소 실현된다. 그러나 헤겔이 시도한 이러한 통일은 모든 객관적인 것을 절대적인 주관성에 환원시키는 칸트의 도덕성에 의한 것도 아니며 주관과 객관의 무차별적인 통일에 근거하는 쉘링의 동일성의 원리와도 구별된다. 헤겔에게서 참된 통일은 "나는 나"라는 직접적인 통일 상태인 주관, 혹은 자아가 분열로서의 외화(Ent u erung)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자신에로 복귀함으로서 자신과의 통일을 이루는 형성의 운동을 전제하는 매개적 통일이다. 형성 운동은 따라서 근원적인 자아의 통일을 해체시킴으로서 자아를 타자, 즉 객관, 혹은 세계 속에 정립하게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자신과 세계의 새로운 탄생과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필연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헤겔의 정신은 이러한 형성 과정을 토대로 하며 정신의 본질인 "타재 속에서 자신 곁에 있음(Beisichsein im Anderen)"으로 표현되는 자유의 이념은 따라서 형성의 운동을 통한 주관과 객관, 자아와 타자의 참된 통일을 의미한다.
본 논문의 목적은 헤겔 철학의 중심을 이루는 정신 개념이 주체의 능동적 활동인 형성 작용에 근거해 있음을 밝히는데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참된 통일의 원리인 정신, 절대정신은 헤겔 비판가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한 것처럼 초월적인 의미를 지닌,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주체의 형성 과정을 거쳐 비로소 현실 속에서 생성되고 실현되는 것임을 나타내 보이고자 한다. 헤겔에 있어 이러한 주체의 형성 과정은 자기소외의 과정인 외화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전제함으로써 단순한 주관성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외화와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로의 끊임없는 전개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는 객관성을, 외부 세계에는 주관성을 부여하는,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주관과 객관을 매개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형성의 구체적 의미를 그의 정신 철학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형성과 이러한 형성 과정을 토대로 하는, 타자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서의 정신이 지닌 통일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해 볼 것이다. 2. 정신으로의 자연의 고양헤겔은 {정신현상학}의 '자기 의식'장에서 최초의 자연적인 자기 의식이 자신의 직접적인 자연성을 지양하고 보편적인 의식으로 고양됨으로써 타자를 포함한 대상 세계와 참된 통일을 이루는 과정을 자기 의식의 '외화'의 과정으로서 형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나는 나"속에 표현되는 최초의 추상적인 통일 상태를 벗어나 자기 의식이 자신에게 객관성을 부여하게 되는 외화의 과정으로서 자기 의식의 운동은 형성의 이중적 의미, 즉 정치적 세계를 포괄하는 "세계의 형성의 역사"와 함께 "의식의 형성의 역사"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대상 세계에 자신의 정신을 불어넣음으로써 대상 세계를 변화시키는 세계의 형성과 타자와의 구체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정치적 세계의 형성은 이러한 주체적인 형성 활동을 통해 대상 세계를 더 이상 자신에게 낯선 것이 아닌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 이해하는 의식의 변화를 야기한다. 따라서 의식의 형성의 역사는 대상 세계의 형성의 역사와 밀접한 연관 관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식은 타자와의, 그것이 단순히 자연적 대상이든 혹은 정신적 대상이든 간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자연성을 지양하고 정신적 존재로서 자신을 새로이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그리고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의식의 활동 없이 변화와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없으며 오직 우연하고 법칙적인 물질의 운동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헤겔의 자기 의식은 자신에 대한 자연적인 절대성에 고착되어 있는 유아론적인 의식도 아니며 대상 세계에 대해 수동적으로만 관여하는 대상 의식과도 구별된다. 헤겔에 있어서 "활동"으로서 자기 의식은 자신이 대상의 진리라는 의식과 함께 자신을 타자 속에 외화 시킴으로서 타자를 주체적으로 변화시키며 이러한 타자 속에 자신을 상실하지 않고 자신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의식이다. 타자 속에서 자신과의 동일성을 지니는 이러한 자기 의식은 더 이상 최초의 추상적인 자기 동일성에 있는 직접적인 의식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타자를 자신의 계기로 삼음으로써 제 2의 탄생 과정을 거친 형성된 자기 의식이라 할 수 있다.
헤겔은 부동의 존재자가 아닌, 자신과 대립된 것 속에서 부단한 활동을 통해 타자와 더불어 자기 자신을 새로이 생성해 가는 의식 속에서 자기 의식의 진리성을 본다. 존재의 활동은 따라서 존재가 타자를 거쳐 자신의 진리인 자기 자신에로 복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며 이러한 존재의 활동을 헤겔은 투쟁을 통해 야기된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헤겔에 있어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는 비록 이러한 관계가 비대칭적인 불균등성을 전제하고 있다 할지라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인 자연 상태가 지양되었다는 점에서 주체의 형성에 근거한 최초의 정신성의 실현을 의미한다. 그러나 헤겔은 자연 상태의 지양과 더불어 인간의 정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최초의 정치사회의 등장을 대부분의 사회 계약론자들이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주체적으로 자각된 의식된 행위로 파악하지 않으며 인간의 자연성에 의해 매개된 것으로 이해한다. 자연적 욕구에 의해 야기된 "생사를 건 투쟁"이나 이러한 투쟁이 강자인 주인과 약자인 노예로 종결되는 것은 여전히 자연의 논리일 뿐이다. 이러한 자연의 논리가 지배하는 자연 상태가 종식되고 주체의 형성에 근거하는 사회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사회로의 이행은 비대칭적인 주인과 노예 사이의 승인 관계의 지속이다. 헤겔에 의하면 이러한 승인 관계의 지속은 이성적인 주체의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성과 이러한 자연성의 도야(Bildung)과정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 질 수 있다. 즉 헤겔은 이러한 승인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을 노예가 지닌 죽음에 대한 공포인 자연성에 대한 얽메임과 동시에 노예의 자연적 본성의 극복이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주인에 대한 절대적 복종에서 찾는다. 서로 모순처럼 보여 지는 자연에의 의존과 자신의 직접적인 자연성의 극복은 헤겔에 의하면 노예의 노예성을 규정한다. 자연적 생명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죽음에의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노예의 의식을 지속적으로 지배하는 이러한 죽음에의 공포 없이는 노예의 자연적 본성을 도야시키는 주인에 대한 절대적 복종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며, 주인과 노예 관계라는 사회적 질서인 정치사회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과 노예로 표현되는 비대칭적인 승인 관계에 근거하는, 인간 정신의 최초의 현존재인 정치사회는 따라서 노예의 노예성, 즉 노예가 지니는 자연적 본성과 이러한 자연적 본성의 도야를 전제한다.
헤겔에 있어서 주인은 "생사를 건 투쟁" 속에서 생명에 대한 자신의 자연적 본성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절대적 자립성을 획득하게 되는 존재이다. 헤겔은 절대적 주인으로서 타자에 대한 그의 지배를 대상을 단순히 소모하기만 하는 '향유'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대상에 대한 순수한 부정"으로서 "소모일 뿐(nur ein Verschwinden)"인 향유는 외적인 대상을 형성하는 어떠한 요소도 내포하고 있지 않으며, 주인으로 하여금 "자기감정(Selbstgef hl)"속에만 머무르게 만든다. 향유하는 주인은 자기 자신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욕구 하는 자로서 자연성에 예속되게 된다. 결국 주인이 자신의 생명을 거는 행위에서 표현되는 자연성의 극복을 헤겔은 더 이상의 어떠한 형성 과정도 동반하지 않는 일회적인 의미만을 지닌 것으로, 그리고 다시 자연성으로 복귀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또한 주인은 모든 외적 존재를 부정적인 존재로만 이해함으로써 여전히 "나는 나"라는 자신에 대한 절대적 확실성 속에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주인은 헤겔에 의하면 타자 존재에 자신을 외화 시킴으로써 다시 자기 자신에로 복귀하는 형성의 운동이 배제된 부동의 존재자일 뿐이다. 이러한 주인은 역사와 변화를 만드는 주체일 수 없으며 꼬제브가 이야기 한 것처럼 "쾌락 속에서 우둔하게 되거나 전쟁터에서 주인으로 죽는 것만이" 그의 삶의 내용을 규정한다. 헤겔은 자연적 생명에 얽메이지 않은, 즉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웅적 주인에게서가 아닌 죽음에 대한 공포에 의해 자신의 자립성을 상실한, 따라서 자신의 존재를 오직 타재 존재 속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소외 된 존재인 노예에게서 "자립적인 의식의 진리"가 있음을 나타낸다.
자기 의식의 노예성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주인을 섬기는 행위"를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데 헤겔은 이러한 죽음에의 공포와 주인에 대한 봉사가 노예로 하여금 자신의 노예성을 극복하고 자신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로 이해한다. 형성이 자연적이며 직접적인 대상에 대한 상실과 새로운 생산을 의미하는 한에 있어서 상실과 생산은 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계기를 이룬다. "생사를 건 투쟁"에서 죽음에 공포를 느낀 한 사람의 굴복과 함께 투쟁이 끝나지 않고 한 사람의 죽음과 함께 종식된다면 그는 형성의 어떤 가능성도 지니지 않는 채 소멸될 것이며 "추상적인 부정"만이 존재할 것이다. 형성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이며 그 속에서 형성되는 것은 자유로운 자기 의식이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서 인간은 "모든 지속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유동"하게 되는 것을 경험하며 자신의 존재가 "절대적인 부정성, 순수한 대자적 존재"임을 체험한다. 그가 애착을 느꼈던 모든 대상적으로 지속적인 것은 죽음의 상황에서 비본질적일 뿐 아니라 공허한 것이 된다. 그는 논리학의 시작이 존재론적으로 파악한 것, 즉 존재의 무로의 변화를 경험한다.
헤겔에 의하면 죽음을 알지 못하는 한 인간은 그의 절대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 그의 자연적인 의식의 모든 충일이 동요되지 않음으로서 그것은 여전히 규정된 존재에 속하게 되며 그의 자유는 아집, 자연적인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죽음 앞에서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파멸 앞에서 자신을 순수이 보존할 때 혹은 우연히 죽음에 내맡겨 질 때 인간은 자신의 직접적 자연성을 극복할 수 없다. 또한 "보편적인 해체"인 죽음을 통해서 대상적인 의식은 자유로운 자기 의식으로 형성될 수 없다. 형성은 보편적인 해체를 의식하고 자신의 존재의 유한성을 자각 할 뿐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통해 강요된 봉사하는 행위에 의해 이루어 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직접적인 자연성을 서서히 해체시키고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 낸다.
"절대적 부정성"으로서 죽음을 현재화는 능력은 따라서 자기 의식의 고유한 본질이며 이는 무엇보다도 자기 의식으로 하여금 현실에 충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즉 "절대적인 힘"으로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노예로 하여금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과 봉사를 가능하게 한다. 즉 노예는 자신을 더 이상 자립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의 본질이 타자인 주인에게 있는 단순한 물적 존재로 간주한다. 주인을 섬기는 행위 속에서 죽음의 공포는 현실성을 지니게 된다. 주인을 섬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죽음의 공포에 의해 강요된 주인에 대한 복종은 궁극적으로 노예로 하여금 자신의 노예성을 극복하게 한다.주인을 섬기면서(im Dienen) 노예는 이러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실제적으로 수행한다; 노예는 모든 개별적인 계기들 속에서 자연적 현존재에 대한 그의 애착을 지양하고 그와 같은 것을 탈피해 나간다.죽음에의 공포를 통해 강요된 주인에 대한 봉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노예의 이러한 형성은 헤겔에 의하면 봉사의 구체적 내용인 노동 속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진다.
헤겔은 이러한 노동이 지닌 정신적 성격을 이중적인 형성을 통해 표현한다. 일차적으로 노동은 자신의 물성에 의해 강제적으로 노동에 떠밀려진, 따라서 노예를 규정하는 물성을 서서히 해체시킨다. "저지된 욕구"로서 노동하는 과정은 노예가 끊임없이 자신의 직접적인 욕구인 자연성을 억압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자연성의 극복을 통해 노예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새로이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노예성을 제거시킨다. 이러한 노동 속에서 노예는 자신을 형성함과 동시에 또한 대상을 형성한다.
노동은 인간이 자신의 유기체적인 형성을 위해 외적인 자연 세계와 관계하는 인간의 고유한 방식이다. 이러한 노동은 향유처럼 대상을 단순히 소모하는 것이 아닌 대상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함을 통해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노동은 단순한 실천적인 행위를 넘어 이론적 행위를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무장된 실천적인 행위인 노동을 통해 인간은 외적인 대상에 자신의 주관성을 부여하며 이러한 주관성은 대상 속에서 객관적인 지속을 지니게 된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외적 대상인 세계와 자신을 매개함으로써 세계가 자신에게 낯선, 소외된 세계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 외화 된 자신의 세계로 경험하게 되며 자연 상태에 사는 것을 벗어나 인간적 세계를, 즉 인륜적 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즉 인륜적 세계는 그의 고유한 현실, 그의 의식이 외화 된 세계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중적인 형성의 성격을 지닌 노예의 노동은 인간이 자연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제 2의 자연"이라 할 수 있는 인륜적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관성 속에서 노예의 노동을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 규정한 꼬제브의 헤겔 이해는, 비록 그가 노예의 역사적 성격보다는 실존적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타당성을 지닐 수 있다. 노예의 노동이 없이 '최초'의 투쟁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었을 것이다: 거기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 … 그리하여 인간 속에서 인간을 통해, 인간을 위해 변화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을 것이다; 세계는 자기 자신과의 동일한 상태로 머무를 것이며, 역사적이고 인간적인 세계가 아닌 자연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 노동이 있는 곳에는 따라서 필연적으로 변화와 진보, 역사적인 발전이 있다.주인은 대상을 단순히 소모하는 자기 도취적인 향유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자립적인 존재로 되어 버리는데 반해 노예는 노동을 통해 대상 세계와 자기 자신을 새로이 형성함으로써 서서히 자신의 물성을 해체시키고 자립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노예의 자립성은 투쟁에서의 주인처럼 단순히 타자를 부정함으로써 얻게 된 것이 아니다. 노예의 노동을 통한 대상의 창조는 대상을 파괴하거나 부정함으로써가 아니라 대상의 고유성을 인정함으로써 야기된 대상의 새로운 형성이다. 이러한 형성은 기존의 대상에 주관성을 부여함으로써 대상 자체가 새로운 형태를 지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예가 획득한 자립성은 자립적인 타자 속에 자신을 외화 시키고 동시에 다시 이러한 타자를 자신의 계기로 삼음으로써 자기 자신에로 복귀하는, 이와 함께 자기 자신과 세계를 형성하는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세계는 이러한 노예적 자아에게 더 이상 그 자체로 독립된 고유한 실체가 아니라 바로 그 자신의 내적 본질이 표현된 것이며, 자아는 또한 세계를 매개로 해서 비로소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형성 과정을 통한 노예의 자립성은 "나는 나"라는 절대적 자아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인 나와, 나인 우리"라는 나와 세계와의 통일 속에 이루어진 것이며 따라서 노예가 획득한 자립성은 고유한 자아를 벗어난 보편적 자아로의 고양을 필연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노예가 자립성을 획득함으로서 이루어진 주인과 노예 관계의 지양, 즉 상호적인 해체로의 존재와 비 존재의 운동을 통한 그들의 통일은 새로운 생성의 조건이다. 이러한 통일은 노예가 주인이라는 타자 속에서 자신을 상실하고 다시 이러한 타자를 거쳐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복귀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주인의 존재 속에서 자신을 상실하고 자신을 낯선 존재로 정립하는 이러한 소외는 헤겔에게서 노예가 자신의 노예성을 극복하고 참된 자기 확실성을 획득할 수 있기 위한 전제이다. 외화의 과정으로서 자기소외를 거친 노예의 자기 자신으로의 복귀는 더 이상 노예로서가 아니라, 세계와 자신을 스스로 형성하는 주체적 자각을 지닌 존재로서 이다.
헤겔은 노동에 의해 획득된 노예의 이러한 자립성을 통해 "새로운 탄생의 시대"인 근대의 지배적 이념이 된 주체성의 형성 과정을 드러내고자 한다. 근대적 주체성은 외화와 소외로서 노예적 형성 과정을 전제하며 이러한 주체성의 구체적인 역사적 형태인 근대적 시민은 자신이 자기 자신과 세계를 창조하는 주체이며 따라서 이 세계의 주인임을 의식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시민은 따라서 더 이상 자연적 존재가 아니며 타자를 포함한 외적인 세계와 자신을 통일시키는 과정 속에서 보편적인 존재로 형성된, "완전한 자유" 속에 있는 "정신의 개념"이기도 한, 평등성의 이념을 구현하는 교양(Bildung)을 지닌 존재이다.
 3. 절대적 주체성에 근거하는 형성의 세계이미 서술한 것처럼 헤겔은 그의 {정신현상학}의 '자기 의식'장에서 자연으로부터 정신의 생성 과정 뿐 아니라 "우리인 나와, 나인 우리"로 표현되는 근대의 시민적 이념이 형성의 과정에 근거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헤겔은 모든 것을 절대적 주체성 속에 환원시키는 근대적 정신 속에 자아와 세계의 참된 통일이 결여되어 있음을 통찰한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극명하게 표현되는 절대적 주체성에 토대를 둔 근대적 자아는 헤겔에 의하면 '자기 소외된 정신'으로서 진정한 대상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헤겔은 모든 대상 세계를 형성하는 주체인, 절대적 자아가 지닌 분열 의식, 그리고 이러한 자아가 결국 어떻게 현실에 대해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힘으로 관계하게 되는지를, 이러한 주체적 자아에 근거하는 근대의 지배적인 정신이라 할 수 있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에 대한 비판을 통해 보여준다. 계몽주의는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리고 프랑스 혁명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현실적 구현으로 근대에 있어 형성의 원리가 지닌 극단적인 한 측면, 즉 현존하는 대상 세계가 지니고 있는 정신성을 부정함으로써 대상 세계를 절대적 주체에 근거하여 새로이 형성하려는 추상적 사유의 한 측면을 대변한다. 모든 것을 주체적 이성에 근거하여 새로이 규정하려는 계몽주의는 이미 형성된 것으로서의 현실 세계에 내재해 있는 정신성을 간과함으로써 사유의 추상성에 사로잡혀 있게 되며 결국 현존하는 것에 부정적으로만 간여하는 폭력적인 힘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따라서 헤겔은 프랑스 혁명을, 쟈코뱅당에 의해 행해진 폭력적인 공포정치를 절대적인 주체성에 근거하는 계몽주의의 필연적 귀결로 간주한다. 정신의 외화 단계로서 '자기 소외된 정신'은 소외되지 않는 "참된" 인륜의 세계인 고대 그리스 사회의 해체로부터 야기된다. 자기 소외된 정신은 고대의 직접적인 통일 상태를 벗어나 분열되어 있는 상태이며 이와 함께 헤겔은 근대를 분열된 세계로, 근대적인 자아를 분열된 자아로, 그리고 근대의 지배적 이념인 계몽주의를 이러한 분열을 대변하는 시대정신인 분열된 의식으로 파악한다. 근대사회의 이러한 분열성은 헤겔에 의하면 정신이 자신의 진정한 통일, 즉 "타자 속에서 자신 곁에 있음"을 실현시키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형성의 외화의 단계로서 정신의 중요한 계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은 '타자'와 '자아'의 분열로 표현되는 근대적 정신의 이러한 분열성을 구체적으로 "국가권력(Staatmacht)"과 "부(Reichtum)"의 대립에서 찾는다. "국가권력"과 "부"의 대립은 근대에 진행된 개인의 권리의 확장과 함께 확대된 사적 영역으로서의 "부"와 공적 영역으로서의 "국가권력"의 대립 뿐 아니라 절대적 주체인 자아와 "국가권력", 그리고 이러한 자아가 "부"에 대해 갖게 되는 다양한 관계를 포괄한다. 헤겔은 근대적 자아가 지닌 이러한 분열적 성격을 "국가권력"과 "부"에 대한 판단,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서의 판단의 혼란성을 통해 규정한다.
근대의 시민적 자아는 한편으로는 보편성으로 고양된, 따라서 근대적 이상인 평등을 자신의 참된 이념으로 삼고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개인은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더 이상 전체적인 통일 속에 함몰되어 있지 않으며 자신의 반성적 사유를 통해 외적인 보편자와 구별되는 자신의 고유한 내적 권리를 절대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근대적 자아는 보편자로서의 국가를 더 이상 자신의 실체로 이해하지 않으며 자아에 대립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억압하는 외적인 권력인 국가를 근대적 이상인 평등을 구현하지 못하는, 따라서 "나쁜"것으로 판단한다. 그에 비해 부는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평등성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서 "좋은"것이다. 그러나 평등성, 즉 보편성을 근거로 한 국가와 부에 대한 반성적 자아의 이러한 "좋음"과 "나쁨"의 판단은 곧바로 반대되는 방식으로 전도된다. 왜냐하면 국가는 여전히 보편성을 상징하며 보편적인 자아는 이러한 국가를 자신의 본질로 이해해야만 할 뿐 아니라 국가에 복종하는 것은 "고귀한 의식"으로 생각된다. 반대로 누구나 추구할 수 있는 평등성을 제공해 주는 "좋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부는 이러한 부의 향유 속에서 야기되는 허무함과 개별성으로 인해 "천박한 것"으로 간주된다. 모든 것이 이렇게 반대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은 헤겔에 의하면 자기소외로서 형성의 세계에 있는 분열된 의식의 특징을 이룬다. 또한 고귀한 의식으로서 반성적 자아가 자신의 본질인 국가에 대해 행하는 "봉사하는 영웅주의"는 이러한 자아가 국가를 자신의 실체가 아닌,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소외되고 낯선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비천한 의식인 "아첨하는 영웅주의"로 바뀌게 된다.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국가에 대한 봉사와 복종은 긍정적인 가치를 지니지만 그러나 이러한 국가를 외적인 권력으로써 자신에게 낯설고 소외되어 있는 본질로서 이해하는 반성적 자아에게 이러한 복종과 봉사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일 뿐이다. 현실과 사유의 보편적인 전도와 소외는 근대의 중요한 경제적 가치인 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한다. 사적인 권리로서 부의 향유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구현하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부의 향유는 절대적 이기성으로 표현된다.이제 이러한 형성의 세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국가의 권력과 부라고 하는 현실적 실재, 바로 이것들의 규정적인 개념으로서의 긍정하고 부정하는 두 측면, 혹은 이러한 긍정과 부정에 대한 의식이라고도 할 고귀한 의식이나 비천한 의식 등 그 어느 것도 진리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보다는 오히려 그 모든 계기마다 서로 전도되는 상태에서 뒤바뀌는 가운데 결국 이들은 모두가 자기 자신의 반대 물로 화할 뿐이다.
 
분열에 의한 이러한 소외는 무엇보다도 근대적 자아가 현실 세계를 낯선 것으로 이해하며 이러한 세계 속에서 더 이상 "자기 곁에 있음"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고대인들이 누렸던 "아름다운 인륜성" 속에서의 행복한 통일과는 달리 자신의 절대성에 근거해 있는 근대적 자아는 현실 세계를 여전히 자신의 본질로 받아 들여야 하는 당위 속에 현실 세계와의 통일을 시도하지만 그러나 결국 이러한 현실 세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통일은 소외된 형태를 지니게 된다.
헤겔은 현실과 사유의 대립 속에서 분열된 의식인 근대적 자아가 이러한 분열을 극복하는 두 가지 방식을 "신앙"과 "순수한 통찰"속에서 찾는다. 분열된 자아는 "순수한 의식의 에테르" 속에서 만들어진 신앙의 세계로의 도피를 통해 자신의 분열성을 극복하려 한다. 신앙은 분열된 자아에게 분열되지 않는 세계에 대한 표상을 통해 "긍정적 정지(positive Ruhe)"를 보장해 준다. 그러나 신앙은 "순수한 사유"로서 현실에 대립해 있으며 이러한 신앙이 지닌 피안적 성격은 외화 된 국가권력에 대해서나 현실 세계의 분열된 의식에 대해서 무력함을 나타낼 뿐이다. 어떠한 현실성도 지니지 못한 신앙에 대해 '순수한 통찰'이 신앙의 자리를 대신한다. 헤겔은 모든 신앙을 미신으로 이해함으로서 미신에 대한 투쟁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순수한 통찰"아래 근대의 지배적 정신이며 근대적 분열성에만 고착되어 있는 계몽주의적 관점을 비판한다. 헤겔에 의하면 이성에 근거를 둔 절대적인 자아를 자신의 본질로 파악하는 이러한 계몽주의 정신은 "모든 의식에게 환호하는 정신이다: 너희를 위해서만 존재하라, 너희들 모두가 너희들 자신을 근거로 하는 것이 - 이성적이다."
헤겔은 이러한 계몽주의 정신 속에서 형성에 근거해 있는 절대적 주체성의 극단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계몽주의는 헤겔에 의하면 주관의 절대적 이성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구체적 내용을 지니고 있지 않는 "공허한 형식"일 뿐이다. 형성의 세계에, 즉 모든 현실 세계는 자신이 외화 된 형태이며 따라서 자신의 작품이어야만 한다는 절대적 주체성에 근거해 있는 계몽주의는 자신에게 소원한 현실을 거부하며 이러한 현실에 대한 부정을 통해 자신의 이성에 근거하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야 한다는 이성의 진리에 의한 확신 속에 사로 잡혀 있는 의식이다. 계몽주의는 이성에 근거를 둔 절대적 자아를 모든 판단의 유일한 척도로 삼을 뿐 아니라 이러한 이성에 의거해서만 현실 세계에 관계한다. 역사적인 모든 관계로부터 단절된 채 어떠한 긍정적인 내용도 지니지 않는, 현존하는 것에 대한 단순한 부정을 통해서 자신을 규정하는 계몽주의는 따라서 "자기 자신과만 관계하는 대자적 존재(das negative F rsichsein)"로서 타자에 대해 "부정적인 힘"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계몽주의가 근거하고 있는 주관성에서 야기되는 동일한 문제를 헤겔은 계몽주의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유용한 것"에서도 발견한다. 계몽주의의 최고의 현실적 이념인 "유용한 것"이란 그것이 어떤 다른 것을 위해 좋다는 것이지 그 자체가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독립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닌 하위의 가치이며 상대적인 가치일 따름이다. 유용한 가치가 종사하는 궁극적인 것은 주관적 자아이며 또한 어떠한 것의 유용성에 대한 판단의 근거도 주관적 자아에 있기 때문에 유용성의 가치는 판단하는 주체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적 자아는 순수한 자기 동일성 속에서 모든 외적인 것을 부정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구체적 내용도 지니지 않는 존재이다. 유용한 것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계몽주의는 결국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는 추상적인 자아가 참된 실재, 즉 자기 자신과 현실 세계와의 통일임을 통찰한다. 그리하여 계몽주의는 이러한 절대적 자아에 근거하여 기존의 모든 것을 거부하며, 궁극적으로는 현존하는 세계를 무력하게 만든다. 근대적 계몽주의에 대한 헤겔의 이러한 비판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계몽주의가 의존하고 있는 주체성의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헤겔은 외적인 권위 대신에 주체성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이성에 의거해 현실 세계를 이해하려는 계몽주의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헤겔에 의하면 순수한 통찰로서 계몽주의는 대상 세계와의 통일을 절대적 주관성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이러한 주관성이 의존하고 있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관계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킴으로써 진정한 대상성과 객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헤겔은 대상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그러나 모든 현실 세계의 근거가 되는 이성적 자아의 "절대적 자유"가 지닌 극단적인 모습을 자코뱅당의 공포정치에서 발견한다. 헤겔에 의하면 세계를 오직 보편적인 이성에 의해 변화시키려는 자코뱅당의 노력은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한 파괴적인 위력으로 나타날 뿐이며 어떠한 긍정적인 내용도 지니지 않는 절대적 자유는 결국 폭력적인 힘으로 변할 뿐이다. 헤겔은 "절대적 자유와 공포"로서 자코뱅당의 공포정치를 통해 근대의 주체성이 지닌 문제점, 즉 대상 세계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 주관적 자아의 절대적인 자유는 결국 자기 파괴로 전환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현실적인 것을 단순히 부정함으로써 어떠한 정신성도 지니지 않는 자코뱅당의 이러한 공포정치는 따라서 헤겔에 의하면 주체성에 근거한 근대적 정신의 자기소외와 자신을 보편자로 정립하는 절대적인 주체적 자아의 형성의 세계가 도달하게 되는 필연적인 귀결점이라 할 수 있다.

 

4. 인륜적 정신 헤겔이 "자기 소외된 정신"으로서 근대의 시민사회인 "형성의 세계"에 가한 비판은 무엇보다도 주체적 자아의 절대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비판이 근대의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계몽주의적 정신이나 이러한 계몽주의가 근거하고 있는 인간의 주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관계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는 근대적 자아 개념에 내재해 있는 추상적 성격을 드러냄으로써 헤겔은 무엇보다도 근대적 주체성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헤겔이 그의 철학적 사유의 초기에서부터 시도해 왔던 이러한 노력은 근대적 주체성의 현실적인 장이라 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인정과 더불어 '국가'를 이러한 시민사회로부터 분리시킨 {법철학}에서야 비로소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헤겔은 "개별자와 보편자의 통일"로 존재하는 인륜적 세계에 대한 서술을 통해 근대적 자아에 근거해 있는 형식적 보편성으로서의 '추상법'과 내적 보편성으로서의 '도덕성'의 분열을 지양하고자 한다. '추상법'과 '도덕성'의 통일로서 헤겔이 그의 {법철학}에서 발전시킨 '인륜성'의 개념은 더 이상 고대의 직접적 통일에 더 이상 의거하지 않는다. 헤겔의 인륜적 세계는 따라서 독립된 실체가 아닌, 근대적 산물인 자신과 세계를 형성하는 주체적 자아에 토대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자아의 "의지(Wollen) 와 지(Wissen) 그리고 행위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
헤겔은 이러한 인륜적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인간의 고유한 형성 능력에서 찾으며, 이러한 형성의 개념을 그의 실천철학의 궁극적 귀착점이라 할 수 있는 인륜성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서 '객관 정신'을 서술한 {법철학}에서 구체적으로 발전시킨다. 근대적 정신이 형성의 한 측면, 즉 자신을 외화 함으로써 야기된 소외된 정신에 고착되어 있다고 한다면 헤겔에 있어 인륜성은 이러한 소외된 정신으로부터의 복귀, 즉 형성의 본질을 이루는 외화로부터 정신의 자기 자신에로의 복귀에 근거해 있다. 인륜적 존재는 근대적 정신을 대변하는 주체적 자아처럼 대상 세계를 절대적 이성에 의해 평가하거나 부정함으로써 모든 것을 이성에 맞게 새로이 형성하려 하지 않고 이러한 인륜적 세계 속에 이미 자신의 정신이 담지 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형성"은 "인륜적인 것, 정신적인 것을 개별자의 두 번째 본성으로"으로 만듦으로써 개별자는 인륜적 세계를 더 이상 낯선, 단순한 외적이고 형식적인 보편자가 아닌, 그들 정신의 외화로 이해한다. 참된 보편자로서 인륜적 세계는 보편성으로의 개별자들의 고양을 전제할 뿐 아니라 개별자들이 직접적인 자연성을 지양함으로써 인륜적 존재로 형성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는 헤겔이 인륜적 세계를 변화가 부정된, 고정되고 완결된 실체로 파악함으로써 모든 개별자들에게 맹목적으로 보편자로서 인륜적 세계에 맞추어 자신을 형성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인륜적 세계는 "생동하는 선"으로서 "구체적인 실체"이며 무한한 사유 속에서 생동하는 주체인 개별자들에 근거해 있다. 개별자들은 자신을 외화 함으로써 이러한 인륜적 세계에 구체적 내용을 부여하며, 인륜적 세계는 따라서 개인들의 형성 과정과 더불어 비로소 형성되어진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은 보편자로서 인륜적 세계와 개별자들의 형성을 통한 통일의 과정을 정신의 자기 실현 과정, 즉 참된 자유가 실현되는 과정으로서 역사의 형성 과정으로 규정한다.
자연적이고 직접적인 통일의 원리인 사랑에 근거해 있는 인륜성의 최초의 단계인 가족에서 형성은 어린이의 교육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의 존재를 단순한 자연적 존재로서가 아닌,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파악하는 헤겔은 루소적인 자연주의적 교육 방식에 반하여 어린이의 교육을 형성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어린이는 단순히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생물학적인 탄생에 이은 두 번째의 정신적 탄생인 어린이의 교육, 혹은 형성은 헤겔에 의하면 두 가지 측면, 즉 어린이에게 "인륜성"을 "직접적이고 대립 없는 감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자립적인 인간으로, 자유로운 의지를 지닌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인륜적 세계를 받아들이는 존재로서 뿐 아니라 인륜적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는 자유로운 주체로의 어린이의 교육에 대한 헤겔의 이해는 그가 근대의 주체성의 이념을 인륜성의 형성의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의 자유로운 인격적인 존재로의 형성은 동시에 자연적 감정인 사랑에 근거한 인륜적 통일인 가족을 해체시키고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욕구의 체계"인 시민사회는 이기적인 욕구 만족이 최고의 목적인 자립적인 개별자들을 토대로 함으로서 개별자와 보편자의 균열 속에 존재하지만 이러한 개별자들의 이기적인 욕구 만족이 상호적인 의존을 통해, 즉 보편자를 매개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별자와 보편자는 동시에 "상호적으로 묶어져 있으며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은 개별자들이 보편자를 자신의 실체가 아닌,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함으로서 "형식적"이고 단순히 "외적"인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헤겔은 개별자들이 각각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추구함으로써 비 인륜적 세계로 보이는 시민사회를 "인륜적 이념의 현실"인 국가와 매개함으로써 국가를 단순히 추상적 보편자로 이해하는 근대의 자연법 사상 뿐 아니라 국가를 개별자와 독립된 실체로 이해하는 고대의 자연법 사상을 비판한다. 근대의 국가는 헤겔에 의하면 개별자의 특수성의 권리에 토대를 둔 시민사회를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그러나 이기적 개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시민사회가 어떻게 보편자를 자기 자신이 외화 된 실체로 이해함으로써 개별자와의 참된 통일 속에 존재하는 국가와의 매개, 혹은 이행이 가능할 수 있는가? 헤겔은 이러한 이행의 문제를 시민사회가 지닌 이중적 성격을 통해 해결한다. 헤겔에 의하면 시민사회는 이기적 개별자들이 자신들의 욕구 만족을 위해 서로 각축을 벌이는 반인륜적 사회이지만 동시에 개별자들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 개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기성과 자연성을 극복하게 하고 보편성으로 고양하게 하는 형성이 이루어지는 장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형성은 시민사회를 지양하는 힘으로 작용하며 따라서 형성은 시민사회에 내재해 있는 해방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에서 야기되는 개별자의 이기성의 극복과 함께 이루어지는 보편자로의 고양은 단순히 자연성의 억압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랜 형성의 과정을 거쳐 자신을 자유를 제약하는 자연성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즉 형성은 단순한 자연적 성장이나, 혹은 강제와 억압, 그리고 독단적인 속박이 아닌 해방이며 "주체에게는 행동의 단순한 주관성과 욕구의 직접성, 그리고 감정의 주관적인 자만심과 의향의 자의성에 반하는 힘겨운 노동이다". 시민사회에서 이러한 형성은 아름다운 영혼의 조화로운 전개가 아닌,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 사이의 갈등인 정신의 자기 분열을 전제하며 이러한 분열을 통해 참된 통일을 이루어 낸다. 형성은 "그것의 절대적인 규정 속에서" 직접적인 자연성의 해체로서 "해방"이며 또한 그의 특수성 속에 있는 개별자에게 참된 자유로의 길을 제시해 줌으로써 "보다 높은 해방을 위한 노동"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에서의 형성은 직접적이고 자연적인 것과 정신적인 인륜성을 매개하는 중심이며 또한 "자유의 이념"인 인륜성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이다.

 

5. 맺는 말정신의 궁극적 원리로서 형성은 인간이 단순히 자연적 존재가 아닌 자기 자신과 세계를 스스로 만드는 주체적 존재임을 나타내 준다. 근대의 계몽주의 사상에 일반적인 이 세계의 절대적 주인으로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헤겔의 형성 개념의 토대를 이룬다. 그러나 "순수한 형성의 세계"인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절대적 주관성에 근거하는 근대적 자아는 헤겔에 의하면 형성이 지닌 참된 의미를 나타내지 못한다. 이러한 절대적 자아는 현존하는 세계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관계함으로써 이러한 현실 세계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과 정신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접적인 통일을 벗어나 자신을 외화하고 이러한 외화로부터 자신으로 복귀하는 자기 형성(Sich-Bilden)에 근거하고 있는 정신의 원리로서 헤겔에 있어서 형성은 무엇보다도 대상 세계를 매개로 자신을 산출해 낼 뿐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대상 세계에 정립함으로써 자아와 대상 세계를 통일하는, 자유롭고자 하는 주체의 능동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타재 속에서 자신 곁에 있음"으로서 정신에 내재해 있는 통일의 근거인 형성의 운동은 따라서 루소가 행한 문명 비판에서처럼 인간의 본성에 외적으로 부가되어 이러한 본성을 변질시키는 것도 아니며 다른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도 아니다. 형성은 바로 불완전한 존재로서 인간이 자신을 외화하고 이러한 외화의 과정을 거쳐 자신을 좀더 완전하게, 혹은 더욱 더 자유롭게 만드는 인간에 내재해 있는 인간 고유의 본성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체의 능동적 활동으로서 형성은 현재적 존재인 인간에게 역사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가능한 것으로서 미래를 열려 있게 만드는 궁극적 원리이다.  참고문헌이국배, [헤겔과 외화의 문제], {헤겔연구 4}, 한국 헤겔학회 편, 지식산업사 1988.
정미라, [헤겔법철학에 나타난 시민사회론], {철학}, 제 61집, 한국철학회 1999 겨울.
정미라, [인륜성과 도덕성], {철학연구} 제 70집, 대한철학회 1995 여름.
N. Hartmann, 박만준 옮김, {헤겔철학 개념과 정신현상학}, 천지 1990.
M. Horkheimer/Th.W. Adorno,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주경식, 이상훈 옮김, 문예출판사 1996.
Hegel, G.W.F., " ber die wissenschaftlichen Behandlungsarten des Naturrechts", in Jenaer Schriften 1801-1807, Werke in Zwanzig B nden Bd. 2, Frankfurt an Main 1970.
―, Ph nomenologie des Geistes, in: Werke in zwanzig B nden, Bd. 3, Frankfurt an Main 1970.
―, "Rechts-, Pflichten- Religionslehre f r die Unterklasse", in: Werke in zwanzig B nden, Bd. 4, Frankfurt an Main 1970.
―,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in: Werke in Zwanzig B nden Bd. 7, Frankfurt am Main 1970.
―, Enzyklop 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II, in: Werke in zwanzig B nden, Bd. 10, Frankfurt am Main 1970.
―, Vorlesungen  ber die Philosophie der Religion II, in: Werke in zwanzig B nden, Bd. 17, Frankfurt am Main 1969.
Kos ve, A., Hegel, Frankfurt am Main 1975.
Luka s G., Der junge Hegel, Bd. 2, Frankfurt am Main 1973.
Marx K., "Pariser Manuskript", in: Marx Engels Werke, Erg nzungsband 1, Berlin 1973.
Ritter, J., Hegel und die franz sische Revolution, Frankfurt am Main 1972.
[Abstract]Der Begriff der Bildung in der Philosophie des Geistes bei HegelChung, Mi-La (Chonnam National Univ.)Seit der Aufkl rung galt die Bildung als ein wichtiger Begriff f r die Bestimmung der menschlichen Natur. Was das neuzeitliche Denken charakterisiert, ist das Verst ndnis  ber den Menschen als eine auf der Autonomie basierende Subjektivit t. Dieses Verst ndnis setzt die dem Menschen immanente F higkeit der Bildung voraus, welche darin besteht, sich selbst und die Welt neu herzustellen.
Hegel nimmt diesen Begriff der Bildung als ein zentrales Element des Geistes in seinem philosophischen System auf, dessen Wesen in der Freiheit besteht. Nach Hegel ist die Bildung als der Grund der Bewegung des Geistes das Prinzip, die Gegens tze, das Subjekt und das Objekt, das Selbst und die Welt, die Natur und die Vernunft zu vermitteln. Die Bewegung der Bildung setzt das Selbst durch die Aufl sung seiner unmittelbaren Einheit in dem Anderen, n mlich in der Welt. Die Bildung ist so die notwendige Bedingung, zu erm glichen, da  das Selbst und die Welt neu geboren werden und sie dadurch sich vereinigen. Der Geist bei Hegel basiert auf diesem Bildungsproze . Und die Idee der Freiheit, die als das Wesen des Geistes sich im "Beisichsein im Anderen" ausdr ckt, bedeutet die wahre Einheit des Selbstes und des Anderen durch die Bewegung der Bildung.



정미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