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는 오직 하나의 현상 또는 형태가 실재하며 다른 모든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돌의자는 본래의 의자 모습이 아니라 호랑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한 그루의 나무는 본래의 나무 모습 이외에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랑이나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사람 나람의 환상일 따름이지 돌의자나 나무의 물적 실체를 나타내는 진짜 존재가 아니다. 이런 지각은 돌의자나 나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허위에 흐려진 사람의 마음에 반영된 것이다.
"사람은 의심을 품거나 방심하고 있을 때 외부의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다. 생각이 분명치 않으면 실재와 환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누구든 귀를 막고 들으려 하면 침묵을 천둥소리로, 눈을 감고 보려 한다면 하나를 둘로 알 것이다. 외적인 사정이 감각기관을 둔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각 세계에서 그런 것이다. 지각 세계의 다른 곳에는 실체의 영역이 있다. 실체는 감각으로 알 수 없다. 오직 마음으로만 분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안다는 것은 두가지다. 감각으로 알 수 있고 마음으로 알 수 있다.
"감각은 인상을 받아들이고 이를 분류한 다음 마음은 인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감각이 느낄 수는 있으나 분류하지 못할 때 마음이 의미부여하지 못할 때 우리는 안다고 할 수 없다." 마음의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얻고 성장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물에 비유할 수 있다. 물이 흐르지 않을 때는 먼지가 가라앉고 표면은 맑아진다. 이 때에 우리의 형상은 실제 모습 그대로 반영된다. 가벼운 산들바람이 수면을 스치면 그 속의 먼지는 표면을 흐리게 만든다. 그러면 형상의 실제 모습은 반영되지 않는다. 마음도 외부사정으로 흐려진다면 허위와 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도는 영구히 존속하고 모든 사물에 전달되는 단일 절대의 진리다. "묵자는 실용에 가리워 학문을 알지 못하고 장자는 하늘에 가리워 사람을 알지 못한다. 실용은 도가 이익에서 다하였다고 하고 하늘에서 시작한 도는 원인으로 다하였다고 한다. 이 양자는 다 도의 한 면이다. 도라는 것은 항상성를 몸통으로 삼아 변화를 다하는 것이니 저 한면으로 이것을 설명할 수 없다."
눈에비친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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