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어린시절부터 유럽 문명의 기원을 논하며 유럽 문명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타난 그리스 사회의 미적 가치는 조화로웠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가 융화되었기 때문이다.
아폴론은 태양신으로 질서와 이성, 냉철함을 상징하고 형식적 질서로 미를 창조하는 조각과 조형예술 등을 대변한다. 디오니소스는 술과 축제의 신으로 광기와 정열, 감성을 상징하며 삶의 무한한 생명력과 혼돈 속에서 미를 창조하는 음악을 대변한다. 그리스의 비극은 이 둘의 조화와 혼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성을 중시하는 소크라테스는 이 조화를 무너뜨린다. 그 후 창조적 정열의 힘은 사라지고 질서만을 강조하는 경직된 이성만이 만연한다. 여기에 기독교 시대가 도래하면서 불균형은 더욱 악화되고 고착되었다.
기독교는 신의 이름으로 보편적인 도덕을 앞세워 인간의 생명력을 말살하고 하찮은 삶으로 추락시켰다. 그로인해 인간은 노예의 도덕을 가지게 되었다. 주인의 도덕은 선악에 지배받지 않고 넓은 도량과 고매한 영혼을 끌어당긴다. 이 때문에 삶을 긍정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을 모셔야하기에 자신감이 결여된 노예의 도덕은 주인의 도덕을 시기하며 대항한다. 또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동정, 박애, 자비와 같은 덕목을 선이라 주장한다. 이는 용감하게 행동할 용기가 없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그 덕목들 속에 숨어 있으려는 것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통용되고 있는 기독교의 노예의 도덕은 인간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이런 선악의 구별은 거짓이다. 오히려 자신과 자신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인간을 특징짓는다. 이를 권력에의 의지라 한다. 이것은 자기를 실현하고 자기의 환경을 지배하여 더욱 강하게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존재가 가진 가장 근원적인 힘이며 내적인 본질이다. 인간의 유일한 실재는 생성하며 솟구치는 자연이고 생의 유일한 원리는 힘을 갈망하는 권력에의 의지다. 기독교는 이런 힘을 부정하고 비겁하게 만든다. 기독교의 시대가 저물고 강자의 도덕인 권력에의 의지가 발휘되는 초인의 시대가 올 것이다.
초인이란 주인의 도덕을 가지고 권력에 의지를 그대로 행하는 자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며 모든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아무런 내적 거리낌을 갖지 않는 자유로인 인간이다. 진정한 자기운명의 주인. 이런 인간에게 신이란 필요치 않다. "신은 죽었다"란 말은 단순히 기독교의 몰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을 지탱하던 이성과 그 위에 세워진 서구의 문명 그리고 근대를 지탱하던 인간에 대한 확신이 모두 무너짐을 의미한다.
니체의 사상은 직관과 생의 약동을 강조한 베르그송의 생철학, 실존철학의 거장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프랑스 현대철학인 데리다, 들뢰즈, 푸코 등으로 이어진다.
눈에비친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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