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이전의 그림은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가고 있었다. 그래서 입체적인 묘사가 대세였으며 원근법과 명암법이 기본이었다. 또한 종교화에서 추구하는 고상함과 성스러움은 어두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마네(Eduard Manet)는 위의 분위기를 무덤으로 표현하며 풀밭위의 점심식사(Le Déjeuner sur l'herbe)라는 작품으로 기성의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나체, 경박한 소재, 평면적인 그림, 부족한 원근감과 입체감 등은 미술계를 분노케 했다. 9년 후 마네를 지지하는 28명의 화가들은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165점을 전시한다. 그림의 형체가 불분명하고 그림의 형체조차 알기 힘든 것을 보고 평단은 '인상적'이라며 조롱했고 이후 이것은 이들을 가리키는 인상파(impressionist)가 되었다.
인상파는 순간적인 모습을 그린다. 이전의 화가들은 물체에 고유의 색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상파들은 사물은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걸 보여주었다. 인상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는 주관적 결과. 이제 세상은 화가가 무엇을 어떻게 그리는 가에 달려있게 되었다. 이런 개인적 시각의 진실성은 사진의 등장으로 위축된 기존의 미술계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모네(Oscar-Clade Monet)는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상의 순간적 색채를 포착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야외로 나가야만 했다. 빛에 따라 변하는 세상을 잘 포착하는 방법은 연작을 그리는 것이다. 빛의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상파가 대세가 되고 점묘파라 불리는 신인상파가 등장한다. 이는 붕괴된 형태에 대한 걸 조금이라도 살려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폴 세잔(Paul Cezan)은 인상파의 불분명한 형태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빛에 의해서도 부서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사물의 본질, 사물 자체가 가진 형태와 색은 없을까를 고민했다. 세잔은 사물의 모습을 원구, 원통, 원뿔 등의 기하학적인 원형으로 환원하는 데까지 나갔다.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흐리는 원근법과 명암은 배제하려고 했다. 기존의 한 시점에서만 사물을 그리는 것은 이미 영원하지 않은 순간을 그리는 것이다. 화가가 바라본 한 시점에 멈춰 선 것뿐이다. 그러니 변치 않는 형태를 그려야 한다. 이런 시도는 머릿속에 있는 사물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주지주의라 부른다. 그리고 화폭만의 조화 원리를 구현한다. 이제 그림은 현실의 재현에서 오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림 자체, 그 내부에서의 미학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색으로 명암을 표현하려 했다. 기존에는 어둠을 표현하기 위해 단계를 주어 명암을 표현했다면 세잔은 어두운 자리에 전혀 다른 색을 배치해 입체감을 획득했다.
눈에비친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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