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서양철학이 기원전 6C에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해변에 있는 밀레토스에서 시작된 걸로 본다. 그건 이오니아가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와 같은 철학자들, 그리고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고향이라는 점, 그 원인으로는 지역적으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개방적인 도시였다는 점을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철학사의 시작인 이오니아의 밀레토스 철학자들 중에서도 탈레스는 처음이라는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그의 저작은 아직까지 발견 된 것이 없으므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다른 누군가가 단편적으로 남겨놓은 것들을 짜깁기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증언들은 한결같이 탈레스는 서양철학사를 신화의 세계에서 꺼낸 인물임을 보여준다.
우선 탈레스는 매우 다재다능했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그가 기원전 585년에 일어난 일식을 예언했다고 하고 뱃길을 찾아내기도 했으며 그림자를 이용해 피라미드의 크기를 측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물길을 돌려 수심을 낮춘 뒤 군대가 강을 건너는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한다. 이를 통해 보면 그는 천문학이나 기하학에 능했음에 틀림없던 것같다. 아마도 그런 재능은 이집트에 가서 토지와 물을 측량하고 다루는 기술을 배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뿐 아니라 수학사에서는 연역적인 방법을 사용해 명제들을 산출한 기하학적 증명의 창시자로도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자석에 철이 붙는 이유는 자석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역사에 각인시켜 지금까지 불리게 만든 건 아마도 철학사적인 의의가 아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최초로 이 세계에 대한 합리적인 서술과 설명을 제시하려고 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신들이 모든 걸 주관하는 세계에서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을, '모든 사물의 근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결론적으로 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모든 사물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은 물로부터 존재로 변화되었고 이 세상은 물위에서 마치 뗏목처럼 떠다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에서 탈레스는 모든 사물이 습기에 의해 자라나고 씨앗이나 정액도 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물이 자신의 본성을 지키면서 자신을 통해 다른 것들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원초적인 실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당시 이집트, 그리고 호메로스 세계관 속에 있던 당시 사람들의 믿음이었다. 이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은 어떤 것에 의지해야만 한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아직까지는 물과 다른 것의 관계, 아마도 두 번째 주장은 자연이 가진 생명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물과 모든 것에 신이 있다는 관계에 대한 탈레스의 깊은 통찰을 발견할 순 없다. 그럼에도 탈레스는 신화나 어떤 전설같은 이야기를 통해 사건을 소설처럼 전개하지 않고 자연세계에 대한 관찰을 통해 우주론을 객관화 하려 했다는 점에서 철학사의 첫 장을 장식하는 인물이 되었다.
니체는 탈레스의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말한 의의에 대해 초기그리스철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그 명제가 사물의 기원에 대한 어떤 것을 명확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것은 그런 작업을 상상이나 꾸며낸 이야기없이 수행하기 때문이다. 셋째 '모든 사물은 하나다'라는 관념이 그 말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 덕택에 탈레스는 그리스 최초의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눈에 비친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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