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를 아시나요? 그는 지독한 ‘의심’으로 눈앞에 ‘빤히’ 보이는 세계와 물질, 신(神)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온전하게 그들의 존재와 가치를 증명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데카르트의 책 <방법서설>을 바탕으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서설(序說)’은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쓴 대강의 서론적인 해설을 뜻하는 말인데요, 이 책에는 ‘천재가 되는 비법(秘法)’이 담겨 있습니다. 어때요, 벌써부터 마음이 ‘후끈’ 달아오르지요?
‘방법서설’의 첫머리에서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생각하는 능력인 이성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성(理性)이라고 불리는 ‘인간 정신’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동등하게 갖고 태어난다.”
모든 인간은 이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평등’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져 있다면 왜 누구는 ‘천재’로 인정받으며 이름을 드날리고, 다른 누구는 평범한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해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좋은 정신을 지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잘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천재가 되는 비법은 ‘정신을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데카르트는 말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럼 정신을 잘 사용하는 방법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학교 공부를 집어치운 데카르트는 ‘틀에 박힌 학교나 학원’에서는 결코 정신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직 자기 자신 속에서, 또는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속에서 직접 배워야 한다.”
그렇지만 21세기의 우리는 학교나 학원을 뛰쳐나와 ‘세상’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는 없습니다. 거머리 같은 ‘현실’이 그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한 무턱대고 ‘자기 자신 속에서’ 그러한 방법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신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없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17세기에 ‘정신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데카르트가 자신이 터득한 방법을 쉽고 분명하게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그가 ‘방법서설’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정신을 잘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분명하게 참이라고 판단한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즉 성급한 판단과 편견을 피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말 것. 둘째,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작은 부분으로 나눌 것. 셋째, 자신의 생각들을 순서에 따라 이끌어 나아갈 것. 다시 말해, 단순하고 가장 알기 쉬운 대상에서 출발하여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조금씩 올라가 가장 복잡한 것으로 나아갈 것. 넷째,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열거와 검사를 언제 어디서나 행할 것.”
데카르트는 이 네 가지 방법만 잘 따르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천재가 되는 비법을 알았으니, 이제는 여러분이 천재가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데카르트는 1633년에 <세계 및 빛에 관한 논고(論考)>를 썼지만,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이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출간을 미뤘습니다. <세계 및 빛에 관한 논고>의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자신이 찾아낸 ‘정신을 잘 사용하는 방법’과, 이 방법을 직접 적용한 결과를 제시하기 위해 쓴 책이 바로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입니다. 참, 논고는 ‘여러 문헌을 고증하여 논술함’을 뜻하는 말인데요, 주로 책 이름이나 논문 제목에 쓰는 말입니다. 데카르트가 쓴 <세계 및 빛에 관한 논고>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성직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까요?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천재가 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는 동물은 ‘자동기계’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기계와 의학의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러분도 17세기의 데카르트와 같은 생각인가요?
황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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