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Jacques Derrida)는 서구 사상의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사상가들의 글을 재해석하며 철석같이 믿었던 순수한 기원에 대한 맹신을 분해한다. 그 중 하나가 문자가 음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문자를 가진 종족은 그렇지 않은 민족을 지배했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기 전에는 문자를 읽을 줄 아는 자들만이 권력과 결탁해 지배를 공고히 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문자가 우월하다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착각을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리다는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힌다. 서구사상은 언제나 문자를 경시했다면서. 오히려 문자 이전의 것인 말의 우월성을 강조장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리스 철학에는 이성을 의미하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가 있고 유대교 성경에는 천지창조에 말씀이 있었다고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문자나 대화술, 기록 등에 애착을 가진 소피스트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대화법을 통해 진리에 이르는 방법을 택하고 저술을 하지 않았다. 글, 문자는 글쓴이의 부재를 전제로 한다. 실제로 상대방을 앞에 둔 대화는 그 상황과 얼굴 표정 등을 통해 그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반면, 글의 경우 글의 내용을 읽는 사람 임의대로 파악할 소지가 많다. 서구사상은 계속해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말이 진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순수성을 우월시했던 것이다.
데리다는 레비스트로스의 "문자 언어 자체는 그 기원부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에 토대를둔 사회와 끊임없이 관계 맺고 있는 것 같다"와 같은 말을 비판한다. 이 말은 서구 사상의 우월성을 비판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문자보다는 말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서구에서 이미 말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있었기에 이는 서구사회를 비판한 것이 아닌 것이다. 이를 말 중심주의, 언어중심주의라 칭한다. 이것은 왜 문제일까.
말중심주의는 인종중심주의와 알파벳 문자의 우월성을 전파한다. 말중심주의에는 음성언어가 가장 순수하다는 선입견, 음성언어가 가장 잘 구현되는 표음문자에 대한 우월성이 내포해 있다. 음성보다 시각에 호소하는 한문 등의 상형문자는 뒤떨어진 것이고 표음문자의 대표급인 알파벳의 우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서구민족중심주의를 가장 대표적으로 잘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사회는 순수했는데 서구사회가 이를 오염시켰다고 주장한다. 데리다는 이런 주장 속에는 순수한 낙원이 기원적으로 있고 인류역사는 그로부터 추방당한 역사라는 <구약성경>의 개념이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순수한 것과 오염된 것의 위계를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녹인다. 이로써 인류학적 평증주의와 양심을 내세운 레비스트로스는 데리다에 의해 순수한 기원을 배타적으로 유지하려는 서구적 사고방식의 전형이 된다. 또한 레비스트로스는 축소 해석을 통해 원시 부족의 문자를 부정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남비콰라족의 말 가운데, 기록하는 행위, 글을 쓰는 행위를 지칭하는 '이에카리우케듀투'라는 단어를 단순히 '선을 긋는것'이라고 빈약하게 번역해 문자가 부재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데리다는 모든 민족은 애초에 문자에 의해 오염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선사 인류학이 음성언어가 사용되기 이전에 이미 사람들의 표정을 읽고 자연의 변화와 하늘의 별자리를 독해하면서 원시인류가 유사한 문자언어를 사용해왔음을 밝혔고 이를 원문자라 불렀다고 주장한다.
눈에비친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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