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이토스의 말
헤라클레이토스(이하 H)는 에페소스의 귀족으로, 디오게네스에 따르면 제69차 올림픽 경기 때쯤인 기원전 504-501년에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의 생존기간은 정확하게 확정할 수 없다. 집안에서 통치자의 직을 세습했으나 H는 동생에게 양도했다. 그는 우울하고 고고하며 고독한 성격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민 군중은 물론이고 과거의 저명인사들에게 경멸을 표했기 때문이다. “에페소스의 남자 성인들은 모조리 스스로 목을 베어버리고 도시를 수염 없는 아이들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 가장 훌륭한 헤르모도로스를 추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으며 “호메로스와 아르킬로코스는 채찍질을 해야 한다”라거나 “박식이 이해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헤시오도스, 피타고라스, 크세노파네스, 헤카타이오스를 가르쳤을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단지 사물들에 대한 지식을 자신의 지혜라고 사기 쳤다”라고 주장했다. “만물은 유전 한다”는 H가 한 말인지 명백하지 않지만 사실상 그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H 사상의 핵심을 표현하진 못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관점에서 H의 사상을 적고 있다. 하지만 그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자 했다고 상정하는 것은 오류다. 그것은 그의 나머지 철학과 모순되며 변화는 그의 철학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이 아니기까지 하다. H의 철학에 대한 독창적인 공헌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다양성 속에 단일성, 단일성 속의 상이성이라는 개념이다. 아낙시만드로스에 의하면 대립자들은 서로를 침해하며 그리고 나서 차례로 그런 부당한 행위에 대한 보복을 받는다. 대립자들의 전쟁은 무질서하고 일자(一者)의 순수성을 훼손한다. 그러나 H는 “전쟁은 만인에 공통이며 투쟁은 정의이며 만물은 투쟁을 통하여 생성되고 소멸 한다”라는 말을 통해 대립자들의 갈등은 일자가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일자는 대립자들의 긴장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신들과 인간들 사이의 투쟁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던 호메로스는 틀렸다.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자신이 다른 것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현금과 현의 긴장 같은 대립된 것의 조정이다” H는 실재가 일(一)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다(多)다. 상이성 속의 자기동일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H가 만물의 본질을 ‘불’로 본 것과 상관이 있다. 불은 이질적인 물체를 태우고 그것을 자신으로 변형시킴으로 산다. 따라서 불은 결핍이며 과다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끊임없는 긴장과 투쟁, 소모와 연소의 상태에 있다. 불은 이 과정에서 상향과 하향의 두 길을 간다. H는 변화를 상향과 하향으로 나누어 우주의 생성을 말한다. 불이 농축되면 축축해지고 압력을 받으면 물로 변한다. 물은 응결되어 흙으로 변한다. 이것이 하향의 길이다. 반면 흙은 액화되어 물이 나오고 그것으로부터 다른 모든 것이 나온다. H는 모든 것이 바다의 증발에서 시작된다고 믿었다. 이것이 상향의 길이다. 만물이 불에 의한 변화의 상태에 있다면 이 세계 속의 안정적인 속성은 무엇 때문일까. H는 비율을 들어 설명한다. 이 세계는 정도에 따라 타올랐다가 정도에 따라 소멸하는 영원히 살아 있는 불이다. 만약 불이 연소에 의해 사물을 취한다면 그 만큼 또 내어 놓는다. 마치 상품가치의 교환물처럼 만물은 불과 바뀌는 교환물이며 불은 만물과 바꿀 수 있는 교환물이다. 그러므로 각 물체의 내용은 언제나 변하고 있지만 총량은 동일하다. 다소 연소의 비율이 다른 탓으로 우주 안에는 끊임없는 투쟁이 존재하며 상대적인 사물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H는 이것을 ‘우주의 숨은 조화’라고 부른다. 이 비율로 인해 상향과 하향이 균형을 이룬다. 일자는 상향과 하향의 차이들이고 그 차이들 자신은 일자다. 그것들은 일자의 서로 다른 측면들이다. 어떤 특정한 상향의 길이나 하향의 길도 중지될 수 없다. 중지된다면 존재하지 않는다. 대립자들은 분리될 수 없다. “상향의 길과 하향의 길은 같다” 일자 속에서 모든 긴장들은 조정되며 차이들은 조화를 이룬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상대주의를 초래하기도 한다. “선과 악은 하나다”, “바다는 가장 깨끗하면서 가장 더러운 물이다”, “신에게 만물은 공평하고 선하며 옳지만 인간들에게 어떤 것은 그르고 어떤 것은 옳다” 영원의 상에서는 모든 것이 정당하다는 것. 이것은 범신론적 철학의 불가피한 결론이 된다. H는 일자가 현명한 신이라고 말한다. “현명한 것은 오로지 일뿐이다. 제우스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고 그렇게 부르지 않을 수도 있다. 신은 보편이성이자 만물에 내재해 있는 보편법칙으로 만물을 단일체로 아우르며 우주 내의 지속적인 변화를 그 법칙에 따라 결정 한다” 인간의 이성은 이런 보편 이성의 축소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성의 관점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이성에 따라 살려고 노력해야 하며 만물의 단일성과 불변적인 법칙의 지배를 깨닫고 필연적인 우주 과정에 만족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을 포괄하고 모든 것을 질서지우는 로고스다.
인간 내부의 이성과 의식은 불의 요소로서 가치 있다. 순수한 불이 육체를 떠나면 남는 물과 흙은 무가치하다. “시체는 똥보다 못하다” 인간은 영혼을 가능한 한 건조한 상태로 보존해야 한다. “건조한 영혼이 가장 훌륭하고 현명하다” 축축해지는 것은 인간에게 쾌락일 수 있지만 영혼에겐 죽음이다. 영혼은 ‘잠’이라는 개인 세계를 넘어 ‘깸(Waking)’이라는 공동 세계, 즉 사유와 이성의 세계로 올라가야 한다. H는 보편법칙과 인간이 이성에의 참여를 강조함으로 스토아주의의 보편주의적 이상들을 위한 길을 열도록 도왔다.
참고 : 그리스로마철학사 /코플스톤 / 김보현 옮김
눈에비친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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