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이토스
You cannot step twice into the same river, for other waters are continually flowing on it. There is nothing permanent except change. Nothing endures but change.
우리는 똑같은 강물 속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물들이 그 위에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다. 변화 이외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 이외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 헤라클레이토스(BC535~475): 고대 그리스 철학자 -
많이 들어 본 이야기죠?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us)를 기억할 겁니다. c를 k로도 씁니다. 그리고 u를 o로 표기한 경우도 많다는 것은 지난번에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철자를 Heraclitus로도 씁니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하도 옛날 이름이어서 그동안 전해 내려오는 과정에서 바뀐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소개하는 이 말보다 ‘만물은 유전한다(Everything flows. 또는 All things are set in motion and flow.)’라는 더 간단한 말로 많이 알려져 있죠. 우선 분명히 할 것은 영어에서 나타난 것처럼 유전이란 흐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생물학에서 이야기하는 유전(遺傳, heredity)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흐른다, 흘러 가버린다’의 유전(流轉)이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는 그 뜻이 분명해지는 거죠.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언은 언뜻 보기에는 당연하게 들립니다. 만물이 유전한다는 것은 만물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의 이야기는 불교식의 무상(無常)이나 성주괴공(成住壞空)을 떠올린다면 당연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그 명언들을 보면 무상하게 들리는 게 많습니다. 그의 철학은 불교적 무상과도 비슷하면서 또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Everything flows and nothing abides, everything gives way and nothing stays fixed. God is day and night, winter and summer, war and peace, surfeit and hunger.
(만물은 유전하고 머무르지 않는다. 만물은 없어지게 마련이고 고정된 채 남는 것은 없다. 신은 낮과 밤이며, 겨울과 여름이고 전쟁과 평화다. 그리고 배부름(포만)과 배고픔이다.).”
사실 유전(流轉)이라는 단어를 영역한 사전을 보면 무상함, 허무함을 뜻하는 vicissitude, transmigration 등으로 표현하고 유한함을 나타내는 impermanency라는 말로도 쓰는 것 같습니다. “Impermanency is the nature of the things(무상, 유한성은 만물의 본성이다.).” 그런데 무상(無常)이라는 말은 ‘허무하다, 덧없다’라는 말로 쓰입니다. 가을도 그러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무상은 원래 ‘항상, 늘 존재하는 것이 없다. 변화한다’의 뜻입니다. 그래서 결국 허무하다는 거죠. 제행무상(諸行無常)이 그런 의미입니다. 모든 것은 무상해 계속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인생무상(人生無常) 따위도 그렇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 죽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애와 주장을 공부해 보면서 그의 철학을 이해해 볼까요.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 조화로운 우주의 기본적인 물질적 원리라고 주장한 우주론으로 유명합니다.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으며, 그가 썼다고 하는 단 한 권의 책도 유실된 상태입니다. 그의 견해는 후대 작가들이 인용한 짤막한 단편들 속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Heraclitus, Greek philosopher remembered for his cosmology, in which fire forms the basic material principle of an orderly universe. Little is known about his life, and the one book he apparently wrote is lost. His views survive in the short fragments quoted and attributed to him by later authors.
헤라클레이토스는 철학자이면서도 대단한 신비주의자였습니다. 그가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을 불이라고 생각한 것은 만물이 불꽃처럼 다른 무엇의 죽음에 의해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죽음은 곧 하나의 탄생이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Immortal mortals, mortal immortals, one living the others death and dying the others life. Sleepers are workers.(죽는 것들은 결코 죽지 않는 것이며 죽지 않는 것은 죽는 것이다. 하나가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른 것의 죽음이며, 또한 죽는 것은 다른 것의 삶이다. 잠을 자는 것은 일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표현들로 그의 신비주의를 잘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런 극과 극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로고스는 서로 반대되는 것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과 질병은 서로 관계가 있습니다. 선과 악, 뜨거움과 차가움, 그 밖의 서로 반대되는 것들도 마찬가지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단일한 실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각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바닷물은 사람에게는 해롭지만 물고기에게는 이롭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영문을 보면,
A significant manifestation of the logos, Heraclitus claimed, is the underlying connection between opposites. For example, health and disease define each other. Good and evil, hot and cold, and other opposites are similarly related. In addition, he noted that a single substance may be perceived in varied ways—seawater is both harmful (for men) and beneficial (for fishes).
서로 반대되는 것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헤라클레이토스는 세계의 혼란스럽고 다양한 특징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래서 세계란 한 방향의 변화와 그와 대응하는 다른 방향의 변화가 궁극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정합적인 체계로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nd he asserted that the world exists as a coherent system in which a change in one direction is ultimately balanced by a corresponding change in another.
삼라만상 모든 것 사이에는 숨겨진 연관이 있어서 겉보기에는 ‘떨어져 있으려는 것’도 실제로는 ‘함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Between all things, there is a hidden connection, so that those that are apparently ‘tending apart’ are actually ‘being brought together'.
만유인력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불교의 연기설(緣起說)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긴 만유인력의 법칙을 연기설과 같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하나의 존재는 다른 것의 존재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논리가 연기설입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만물을 통일하는 근본물질로 불을 본 것은 그의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통찰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세계질서는 ‘일정한 정도로 타오르고 일정한 정도로 꺼지는 영원히 사는 불’이라고 썼습니다.
Heraclitus wrote that the world order is an ‘ever-living fire kindling in measures and being extinguished in measures.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의 현상 형태를 확장해 연료, 불꽃, 연기뿐만 아니라 대기의 에테르까지 포함시킵니다. 이 공기 또는 순수한 불의 일부가 바다 또는 비로 변하고, 바다의 일부가 땅으로 변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모든 곳에서 똑같은 양의 땅과 바다가 각자 바다와 불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는 겁니다.
그 결과 동적인 평형이 이루어지며, 이것이 세계의 질서 있는 균형을 유지합니다. 변화 속에서도 이렇게 통일이 유지되는 것을 헤라클레이토스는 인생과 강의 유명한 비유로 보여준 거죠.
The resulting dynamic equilibrium maintains an orderly balance in the world. This persistence of unity despite change is illustrated by Heraclitus’ famous analogy of life to a river.
‘만물은 유전한다’가 그겁니다. 플라톤도 나중에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 원리를 채택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당대에는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인자한 성격도 아니고 남을 멸시하는 것을 좋아했고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반대한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플라톤도 민주주의를 중우정치로 깔봤지만 책이나 저술활동을 통해서 반대했습니다. 길거리에서 대놓고 한 것도 아니고 헤라클레이토스처럼 ‘도시(국가)는 아직 수염도 나지 않는 소년들에게 맡겨라!’라고 하면서 독설을 퍼부은 것은 더욱 아닙니다.
그는 그리스 고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들에게 악평을 퍼부었지만 한 사람만은 예외였다고 합니다. “호머는 울타리 밖으로 채찍질해 내쫓아야 한다. 피타고라스, 그의 지혜란 많은 사물에 대해 아는 것이며 익살의 기술에 불과하다.” 심지어 당시 존경 받고 있던 탈레스까지도 비난하고 그의 이론을 욕하기도 합니다.
예외 인물은 튜타무스입니다. 공박을 모면한 이유는 튜타무스가 “인간은 거의 모두가 약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말 때문에 그를 소중히 여기고 면박을 주지 않았을까요? 아마 이런 거 아닐까요.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잘났다고 으스대는 데 비해 튜타무스는 “인간은 보잘 것 없는 한 동물에 불과하다”며 겸손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헤라클레이토스와 튜타무스의 이야기는 버트란트 러셀의 수필집에 나옵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많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Character is our destiny(성격이 운명을 좌우한다). No one that encounters prosperity does not also encounter danger.(영화를 맛본 사람 치고 고난을 맛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Bigotry is the sacred disease(고집은 신성한 질병이다).
김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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