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 음악 등 다방면 재능…`계몽의 변증법' 유명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 1903∼1969)는 20세기 사상가 중에서 가장 음악에 밝은 인물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성악가였던 덕분에 어린 시절 일찍이 소리의 세계를 깨우쳤으며 1920년대 초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음악학도 파고들었다. 훗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에도 작곡과 피아노 연주 수업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음악 평론을 썼고, 12음계 기법을 창시한 현대음악가 쇤베르크를 일생동안 존경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에 대한 소양도 깊었다. 대학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에서 루카치의 문예 이론서 <소설의 이론>을 꼽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에게서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달랐다. 그는 생전에 <신음악의 철학>을 펴냈고, 사후엔 <예술이론>도 나왔다. 소설가 토마스 만은 "음악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아도르노보다 더 잘 청중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도르노는 1938년 미국으로 이주, 상업주의와 대중문화가 만개한 그곳에서 '문화 산업론'을 구상했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이 내포한 대중기만이란 정치적 의미를 냉엄하게 지적한 그의 비판은 어린 시절부터 몸에 익힌 고급예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학자로서 아도르노의 명성은 프랑크푸르트학파 동료였던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으로 더 높아졌다. 이 책은 나치즘을 통해 타락한 몰골을 드러낸 서구의 이성과 문명을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비판한 20세기의 명저이다. 아도르노는 50년대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뒤 프랑크푸르트대학 교수로 강의하면서 <부정 변증법> 출간 등 왕성한 저작 활동을 펼쳤다. 또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도 출연, 자신의 비판 철학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는 '68혁명'이라고 하는 60년대 말 서구학생 운동의 폭력 사용을 비판하면서 학생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과 심한 논쟁으로 골치가 아팠던 그는 1969년 스위스로 휴가를 떠났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아도르노 사상계보] 프랑크푸르트학파 1세대
아도르노는 호르크하이머, 벤야민 등과 함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제1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은 1930년대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헤겔 변증법적 역사관의 계승 발전, 마르크스 자본주의 분석의 재해석,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등을 결합해 현대 산업 사회에 대한 비판이론을 전개했다. 이들은 나치즘 대두로 미국에 망명해 있는 동안에도 연구지를 발간하고 공동연구서를 내놓으면서 동질성을 확대해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1950년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연구와 후진양성에 몰두했으며 마르쿠제, 하버마스, 슈미트 등 유럽과 전 세계에 지적 영향을 끼친 사상가들을 배출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60년대 후반 서방 세계의 대학가를 강타한 학생운동의 지적 배경이 됐다. 그러나 학생운동이 점차 폭력성을 더해가고 소련과 동유럽 국가 등 현실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친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비판함으로써 양자는 큰 갈등을 빚게 됐다.
국내 지식인 사회에서 아도르노에 대한 관심은 지난 7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이 활발하게 소개되면서 높아졌다. 마르크스의 원전이 금서로 묶였던 시절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론은 산업화사회의 폐해를 경험하기 시작한 젊은 지식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8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아도르노는 그리 매력적인 이론가는 아니었다. 헤겔과 마르크스는 물론 베버와 프로이트 이해가 필수적인 아도르노 사상은 실천적 무기가 되기엔 너무 어려웠다. 또 소련 이론가들이 수립한 소비에트 마르크스주의와 북한의 주체사상이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서 비판 이론에 대한 관심은 식어갔다.
그러나 전문 연구가들은 이 시기에 아도르노의 저작들을 잇 따라 번역하기 시작했다.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교수(숙명여대)가 <아도르노의 문학 이론>을 편역했고, <미학 이론(홍승용 옮김)> 등이 나왔다. 90년대 들어 <계몽의 변증법(김유동 외 옮김)>이 뒤늦게 나왔고, 문병호 교수(광주여대)의 연구서 <아도르노의 사회 이론과 예술이론>, 김유동 교수(경상대)의 연구서 <아도르노와 현대 사상>이 속속 출간됐다. 또 올해 2월엔 서울대 음대에서 서양음악학 을 전공한 김방현씨의 <아도르노의 음악이론>이 박사 논문으로 통과됐다.
박해현기자 / 조선일보 / 20C의 사상을 찾아서 / 19990414-199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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