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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dorno(1903-1969)/아도르노

아도르노(1903-1969), 이성의 자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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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 1903-1969), 이성의 자각을 위해

 

"도구적 이성이 서구문명 타락시켰다"…분야 국한 않은 비판이론 .

 

이 시대의 서양 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들 가운데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철학자로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를 떠올리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듯싶다. 그가 세계 최고의 철학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세계적 지위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비판 이론을 20세기 서구의 주요 사상으로 끌어올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제1세대 이론가들 중에서도 이론의 깊이와 학문적 업적 면에서 가장 탁월한 이론가는 단연코 아도르노였다. 그의 동료 하버마스의 명성은 그가 남기고 간 '이성의 자기자각'이라는 개념을 의사소통적 합리성으로 발전시킨데 근거한다.
아도르노 사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 개념은 '도구적 이성'이다. 나치가 들어서기 이전인 1931년, 그는 교수 자격을 따낸 뒤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철학의 현재적 중요성'이란 강연을 통해 칸트 이래 서양 관념철학의 전통에서 사고가 사물을 사물 자체로 대하지 않고 사고의 총체성에 종속시키고 있음을 비판했다. 대상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대하는 것을 가리키는 도구적 이성이라는 개념의 단초는 아도르노 사상의 초기 단계에서 이미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이론을 일방적으로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를 경험한 산물로 환원하려는 견해는 옳지 않다. 다만 사고의 폭력성에 대한 그의 시각이 나치즘 등을 경험한 후 더욱 급진적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아도르노는 도구적 이성이 원시 제전의 미메시스적 행동, 오딧세우스의 자기 보존적 전략들, 올림피아 제신들이 행하는 지배권력, 근세 이래 형식논리의 발달, 시민사회의 경제적 합리성 등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모든 대상을 사고에 종속시키는 동일화 사고로까지 부정적으로 진보하였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이 바로 서구 문명의 타락사이며 그 정점에는 나치즘-스탈린주의-동구권 사회주의가 자리 잡는다. 그는 1960년대 말 서구의 풍요사회도 도구성의 총체적 매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도구적 이성은 사회를 사회에 의한 개인의 총체적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불의의 연관관계로 만든다. 인간이 자연의 절대적 위력으로부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한 첫 시도인 원시제전에서 사회가 출발한 것으로 본 그에게는 사회가 조직된다는 것 자체가 개인이 사회에 강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기 보존이라는 강제적 필연성에서 출발한 사회는 개인을 목적으로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취급한다. 사회는 이미 그 출발점에서부터 개인에게 부자유한 노동과 희생을 강요하며 자기 주체의 포기를 요구하는 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시민사회 발달과 더불어 이윤 추구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적 경제 원리가 사회 구성의 주도적 원리로 등장하면서 사회는 개인을 교환의 대상으로 관리하기에 이른다. 교환 합리성은 아도르노 사회 이론의 핵심적 개념이며, 교환 원리가 총체적으로 작동되는 사회를 그는 잘 알려진 대로 '관리된 세계'라고 명명하였다.
예술에 대한 아도르노의 관심도 진정한 예술 작품에서는 도구적 이성이 비판되고 있음에 착안한 것에서 유래한다. 원시 제전 이래 삶의 실제에 직접적으로 매개되어 있으면서도 거리를 두면서 실제를 비판한 역사를 갖고 있는 예술은 도구적 이성이 저지른 타락에 대한 증언이자 비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사회에 대한 사회적인 반테제'이다. 보편 사상으로서
아도르노 사상은 크게 보아 역사철학, 인식론, 사회이론, 미학, 문학이론, 음악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특정 분야에 대한 특정 이론이 그 분야에만 국한되어 구성된 것이 아니고 다른 분야와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계를 형성하는 공통분모는 '비판'이다. 그의 미학은 철학이자 사회 이론이다. 비판이 지향하는 바는 도구적 이성의 자기자각이며, 자기자각은 화해로 이어진다. 화해는 서로 상이한 것들이 평화롭게 함께 존재하는 상태이며 화해상태에서는 대상이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문병호 / 광주여대교수 / 조선일보 / 20C의 사상을 찾아서 / 19990414-199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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