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의 영향을 받은 야콥슨(Roman Jakobson)은 언어에 대해,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수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소리 중에서 가장 차이점이 큰, 즉 대립이 두드러진 몇 안 되는 소리들만을 조합하여 말을 만든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한국어의 'ㄹ' 발음은 영어에서 'r'과 'l' 발음으로 발음될 뿐 아니라, 엄밀히 말해 'r'과 'l' 사이에도 엄청난 수의 음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음의 차이가 큰, 즉 음의 변별성이 강한 특정한 음들만을 몇 개 선택해 사용한다. 이렇게 음의 차이를 통해 변별성을 가지며 하나의 동일한 소리로 간주되는 것을 음소라고 명명했다. 이 음소를 모음인지, 모음이 아닌지, 비음인지, 비음이 아닌지, 집약적인 지, 확산적인지 등과 같이 이항대립적인 12개의 범주로 분류해나가다보면, 세계의 모든 언어의 음소를 목록화할 수 있다. 이런 음소들이 모여 수십만 개의 단어를 만들어내고, 이 단어들을 결합해 문장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야곱슨은 이런 언어의 변별성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해서 음운론이라 불렀다.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이하 레비)는 이런 음음론의 차이성과 변별성을 인류학에 적용함으로써 구조주의의 또 다른 창시자가 되었다. 레비는 열등과 우등, 현대와 야만이라는 구도로 해석하던 기존의 인류학에 반기를 들고 사회와 문화 체계 내에 숨어 있는 변별성 있는 요소들을 찾아 나섰다. 그것은 이항대립과 같았다.
브라질의 여러 부족들을 연구한 레비의 저서 <슬픈 열대>에는 가족 사이에 친밀함, 소원함의 관계를 조사해 발견한 사실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세계의 모든 가족집단은 아버지와 아들이 친밀하면 조카와 외삼촌이 소원하고 조카와 외삼촌이 친밀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소원하다. 레비는 이렇게 형제, 자매, 아버지,아들이라는 4개의 항을 친족의 기본구조로 설정하고 많은 사회집단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믿고 있던 부모, 자식 등 가족의 친밀한 감정은 사회구조 속의 역할 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사회구조가 다르면 친족 사이에 키워야 할 감정도 다르다. 레비는 더 나아가 친족구조가 단적으로 근친상간을 금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 이 근친상간 금지가 여자를 증여함으로써 사회가 항구적으로 이어져 나가게 한다는 것까지 밝혔다.
레비는 이를 통해 언어학적 구조주의가 어떻게 인류학적 또는 사회학적 구조주의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언어구조학에서 빌려 온 방법들을 통해 문화를 구조와 도식으로 설명하고 인류사회, 더 넓게는 인간 정신의 보편적이고 불변하는 구조를 밝혀내려 했다. 구조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과는 다른 배후에 숨어 있는 것이다. 레비는 이를 연구하고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문명과 야만이라는 접근을 거부하고 서구 인류학이 만들어낸 이성 중심의 사상의 오류를 지적하고, 자신들만이 문명인임을 자처하며 자신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지녀온 이들을 멋대로 야만이나 비합리로 낙인찍는 서구 문명의 오만을 비판했다. <슬픈열대>는 원주민 사회를 파괴하는 서구 문명의 침략성에 대한 분노, 서양 문명이 황폐화시킨 열대를 조사하는 인류학자의 비애를 담고 있다. 레비는 더 나아가 <야생적 사고>에서 사르트르의 인간 중심적인 오류와 서구 문명에 대한 오만을 비판했다.
눈에비친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