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저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thustra)>의 간단한 해석 및 설명서이다. 철학을 어려워하는 나의 제자들, 그리고 초심자를 위해 쓴 것이라 저자가 편한대로 중간 중간을 건너 띄고 해석도 중고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풀어 썼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이해한 분들이 자세한 연구를 하고 싶다면 꼭 원문을 읽어야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아무쪼록 즐거운 여정이 되길.
머릿글
1
자라투스트라는 30세에 고향을 떠나 산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10년간 힘들이지 않고 고독을 즐겼다. 그러다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고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 태양을 향해 소리쳤다.
"위대한 태양아! 네가 비출 것이 없다면 너의 행복은 무엇이겠느냐! 나와 독수리, 뱀이 없었더라면 너는 지쳤을 것이다. 우리는 아침마다 풍요에 감사하며 너를 축복했다. 이제 나는 꿀을 너무 많이 모은 꿀벌처럼 내가 얻은 지혜에 싫증이 나는구나. 이제는 지혜를 나눠주러 내려가야겠다. 네가 저녁마다 바다 저편으로 떨어지듯이 나도 내려가야겠어. 나는 베풀고 싶다. 다른 이의 행복을 시샘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너, 조용한 눈동자여, 나를 축복해다오! 자라투스트라는 다시 사람이 되고자 한다."
자라투스트라의 하산(몰락)
2
자라투스트라는 산을 내려왔다. 숲 속에 들어섰을 때 한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숲에서 풀뿌리를 캐기 위해 속세를 떠났었다.
노인: "본 적이 있구먼, 자네, 여러 해 전에 이 곳을 지나간 일이 있지. 많이 변했구먼. 그때는 재를 산으로 날랐었는데... 이제는 불덩이를 아래로 나르려는가? 불 지르고 다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벌이 무섭지도 않은가? 틀림없이 자네구먼 자라투스트라. 맑은 눈과 입을 가지고 춤추는 것처럼 경쾌하게 걷는군. 변해서 어린아이가 되었어. 본인만 잠에서 깨어났으면 되지,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겐가? 바닷속처럼 고독 속에서 살았었는데 이제 뭍에 오르려는 겐가? 아서."
자라투스트라: "난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노인: "무엇 때문에 내가 숲으로, 광야로 간 줄 아나? 사람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네. 하지만 난 이제 신을 사랑하지 사람을 사랑하진 않아. 사람은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야. 사람에 대한 사랑은 날 파멸시켜."
자라투스트라 : "사람들에게 줄 선물이 있습니다."
노인: "아무것도 주지 말아. 차라리 빼앗아 그래서 그것을 저들과 나누어 짊어져.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더없이 그들에게 큰 즐거움이 될 걸세. 그대에게도 그렇고말야. 적선 말고는 없어. 사람들이 그걸 위해 구걸케 해야 해."
자라투스트라: "난 적선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노인: " 잘 봐, 사람들이 과연 그대의 선물을 받을까? 사람들은 은둔자를 의심해. 우리가 무언가 주기 위해 온다고 믿지 않아. 골목을 지나는 우리의 발걸음은 그들에겐 쓸쓸하게 들린다고. 한밤중에 지나가는 우리의 발소리를 듣고 말할 거야 '저 도둑은 어디로 가는 걸까?'하고. 그러니 내려가지 말고 숲에 있어. 차라리 짐승들에게나 가. 왜 나처럼 많은 곰 가운데 한 마리의 곰, 많은 새 가운데 한 마리의 새가 되려 하지 않는가."
자라투스트라: "숲에서 노인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노인: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른다네. 노래를 지으면서 웃고 울고 중얼거리지. 그렇게 신을 찬양한다네. 근데 자네는 무슨 선물을 주려는 겐가?"
자라투스트라: "노인에게 줄 것은 없습니다. 노인네에게서 뭔가를 뺏기 전에 가던 길을 가야겠습니다."
둘은 그렇게 웃으면서 헤어졌다. 자라투스트라는 내려오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저 늙은이는 숲에 혼자 살고 있어서 신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나?"
3
자라투스트라는 숲 가장자리 첫 도시에 들어섰다. 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줄 타는 광대의 곡예를 보기 위해서였다. 자라투스트라는 대놓고 군중을 향해 말했다.
"너희에게 위버멘쉬(Übermensch)를 알려준다.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사람을 극복하기 위해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 너희는 이 거대한 밀물을 맞이하여 썰물이 되기를 원하며 사람을 극복하기보다는 짐승으로 되돌아가려느냐? 사람에게 원숭이는 무엇인가? 웃음거리 아니면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 아닌가? 위버멘쉬에게는 사람이 웃음거리 아니면 견디기 힘든 부끄러움이다. 너희는 벌레에서 사람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너희는 아직도 많은 점에서 벌레다. 너희는 한 때 원숭이였다. 그리고 사람은 여전히 그 어떤 원숭이보다도 원숭이다운 원숭이다. 너희 가운데 더없이 지혜로운 자라 할지라도 식물과 유령의 불화이자 혼종에 불과하다.
내가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말한다. 위버멘쉬가 지상의 뜻이다. 너의 의지로 하여금 위버멘쉬가 지상의 뜻의 되어야 한다고 말하게 하라. 형제들이여. 지상에 충실하라. 하늘나라의 희망을 설교하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은 자신도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독을 타 화를 입힌다. 그자들은 생명을 경멸하고 소멸해가고 있는 자들이며 이미 독에 중독된 자들이다. 이 대지는 그런 자들에게 지쳐있다. 그러니 저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도록 버려두자.
예전에는 신에 대한 불경이 큰 불경이었다. 그러나 신은 죽었고 신에게 불경을 저지른 자들도 모두 죽어 없다. 이 대지에 불경을 저지르고 저 알 길이 없는 것의 뱃속을 이 대지의 뜻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 이제는 그것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또한 예전에는 영혼이 신체를 경멸하여 깔보았다. 그때만 해도 그런 행위가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알았다. 영혼은 신체가 야위여 몰골이 말이 아니기를, 허기져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체와 대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위고, 몰골이 말이 아닌 데다 허기져 있는 것은 영혼 그 자체다. 잔혹함. 이것이 바로 영혼이 누린 쾌락이다. 형제들이여 말해보아라. 너희의 신체는 너희의 영혼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지를. 궁핍함, 추함, 가엾기 짝이 없는 자기만족 아니던가? 사람은 더러운 강물이다. 몸을 더럽히지 않고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사람은 먼저 바다가 되어야 한다.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알려주마. 위버멘쉬야말로 너희의 막대한 경멸이 가라앉아 사라질 수 있는 바다다. 너희가 할 수 있는 체험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경멸의 시간이다. 행복이, 이성과 덕이 역겹게 느껴지는 때. 그때 너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의 행복, 이게 다 뭐란 말인가! 그것은 궁핍함, 추함, 가여운 자기기만이거늘, 나의 행복은 생존 자체를 정당화해야 하거늘! 나의 이성, 그것이 다 뭐란 말인가! 사자가 먹이를 탐하듯 앎을 갈구하는 것인가? 그것은 궁핍함, 추함, 가엾은 자기만족일 뿐이거늘! 나의 덕, 그것이 뭐란 말인가! 선과 악 사이에서 얼마나 지쳐 있는가! 모든 것이 궁핍함이고 추함이며 가여운 자기만족일 뿐이거늘! 나의 정의 그것이 다 뭐란 말인가! 작열하는 불꽃도 숯도 아니거늘. 나의 연민, 그것이 뭐란 말인가! 연민이란 사랑했던 그가 못 박혀 죽은 십자가 아니던가! 그러나 나의 연민 그것은 결코 십자가형이 아니다!'
이와 같이 말해본 일이 있는가? 이와 같이 외쳐본 일이 있어? 너희가 이와 같이 외치는 것을 들었더라면! 정작 하늘에 대고 외치는 건 신성에 대한 항거가 아니라 몸 사림, 소심함이다. 너희를 혀로 핥을 번갯불은, 너희에게 접종할 광기는 어디에 있는가? 너희에게 위버멘쉬를 알려주니, 그가 바로 번갯불이요 광기다!"
자라투스트라가 말하고나자 누군가가 소리쳤다. "줄 타는 광대 이야기냐? 이미 들을 만큼 들었다. 이제 그 모습을 보여줘!" 이 말에 군중들이 자라투스트라를 보고 웃었다. 광대도 자기에 대한 말인 줄 알고 곡예를 시작했다.
4
자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사람은 짐승과 위버멘쉬 사이를 잇는 밧줄, 심연 위에 걸쳐 있는 하나의 밧줄이다.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과정, 뒤돌아보는 것, 벌벌 떨고 있는 것도 위험하며 멈춰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다리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을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의 과정이요 몰락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몰락하는 것 외에 달리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을. 그런 자들이야말로 저기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자들이다.
나는 위대한 경멸자들을 사랑한다. 그런 자들이야말로 위대한 숭배자요. 저기 저편의 물가를 향한 동경의 화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왜 몰락해야 하며 제물이 되어야 하는지, 그 까닭을 먼저 별들 뒤편에서 찾는 대신 언젠가 이 대지가 위버멘쉬의 것이 되도록 이 대지에 헌신하는 자를.
나는 사랑한다. 깨치기 위해 살아가는 자. 언젠가 위버멘쉬를 출현시키기 위해 깨치려는 자를. 그런 자는 이와 같이 그 자신의 몰락을 소망하고 있다.
나는 사랑한다. 위버멘쉬가 머무를 집을 짓고, 그를 위해 대지와 짐승과 초목을 마련하는 자, 그러기 위해 수고하고 궁리하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그 자신의 몰락을 바라고 있다.
나는 사랑한다. 한 방울의 정신조차 자신을 위해 남겨두지 않고 전적으로 자신의 덕의 정신이 되고자 하는 자를. 그런 자는 정신으로서 저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 자신의 덕으로부터 자신의 취향과 운명을 만들어내는 자를. 그런 자는 자신의 덕을 위해 살고 죽으려한다.
나는 사랑한다. 너무 많은 덕을 소망하지 않는 자를. 하나의 덕은 두 개의 덕 이상이다. 그것이야말로 운명이 드리워져 있는 그 이상의 매듭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아낌없이 자신을 내주는 영혼을 지니고 있는 자를. 누군가에게 고마워하기를 바라지 않고 되갚지도 않을 자를. 그런 자는 베풀기만 할뿐, 자신을 보전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주사위놀이에서 행운을 잡았을 때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나 사기 도박사가 아닐까?'하고 반문하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파멸을 원하고 있다.
나는 사랑한다. 행동하기에 앞서 황금과 같은 말을 던지고 언제나 자신이 약속한 것 이상을 해내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자신의 몰락을 원하고 있다.
나는 사랑한다. 앞으로 다가올 세대를 반겨 맞이하고 지난날의 세대를 구제해내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현재를 살고 있는 세대를 위해 파멸하고자 한다.
나는 사랑한다. 신에 대한 사랑에서 자신의 신을 꾸짖고 나무라는 자를. 그런 자는 그 신의 노여움을 사 파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고도 그 영혼이 심오하며, 하찮은 사건으로도 파멸할 수 있는 자를. 그런 자는 기꺼이 교량을 건너고 있다.
나는 사랑한다. 자신을 잊을 만큼, 그리고 자신 속에 만물을 간직할 만큼 넘쳐 흐르는 영혼을 지닌 자를. 그렇게 만물은 그에게 멸망의 계기가 될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 자유로운 정신과 자유로운 심장을 가니고 있는 자를. 그의 머리는 심장에 깃들어 있는 오장육부일 뿐이고, 그의 심장이 그를 몰락으로 내몰 것이다.
나는 사랑한다. 사람들 위에 걸쳐 있는 먹구름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무거운 빗방울과 같은 자 모두를. 그런 자들은 번갯불이 곧 닥칠 것을 알리고 그것을 예고하는 자로서 파멸해가고 있다.
보라. 나는 번개가 내리칠 것을 예고하는 자요, 구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물방울이다. 번갯불, 이름하여 위버멘쉬다."
5
자라투스트라는 말을 마치고 군중을 바라보았다.
'웃고들 있구나.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이들의 귀를 위한 입은 아닌가. 저들이 눈으로라도 들을 수 있도록 북으로 참회를 간증인들처럼 요란을 떠들어야만 하는가.
사람들은 나름대로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기들은 염소치기따위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멸'이란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러나 말하겠다. 경멸스러운 것은 인간말종이라고.'
자라투스트라는 다시 군중에게 말했다.
"자신들의 목표를 세울 때가 되었다. 지금이 최고 희망의 싹을 틔울 때다. 토양은 비옥하지만 언젠가 척박해질 것이다. 그땐 어떤 나무도 자라지 못할 것이다. 슬픈 일이다! 사람이 더 이상 동경의 화살을 쏘지 못하고 활시위를 올릴 줄도 모르는 때가 올 것이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별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들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너희는 그런 혼돈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 더 이상 자신의 별을 탄생시킬 수 없을 때가 올 것이니 그렇게 되면 경멸스럽기만한 사람의 시대로 올 것이다.
인간말종은 '사랑'이 '창조'가, '동경', '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대지 위에서 모든 것을 작게 만든느 인간말종이 날뛰고 있다. 이들은 바퀴와 같아 근절되지 않는다. 누구보다 오래산다. '행복을 찾았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들은 따뜻한 기운이 필요해 살기 힘든 고장을 버렸다. 사람들은 따뜻한 기운을 위해 이웃을 사랑하며 이웃의 몸에 비벼댄다. 저들에겐 병에 걸려 신음하는 것과 의심 하는 것이 죄다. 그래서 조심조심 걷는다. 얼마간의 독은 단꿈을 꾸도록 한다. 그리고 많이 마시면 편안하게 죽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소일거리인 일에 매달린다. 그러면서도 소일거리로 몸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한다. 사람들은 가난해지거나 부자가 되려 하지 않는다. 어느 쪽도 귀찮고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다스리는 자와 따르는 자가 있는가? 둘 다 귀찮고 힘들다.
목자는 없고 가축 무리만 있다. 모두가 평등하길 원하고 실제로 그렇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옛날에는 세상이 미쳐 있었지'라고 명민한 자들은 말한다.
사람들은 지난 일들을 모두 기억한다. 사람들은 끝없이 조소하고 다투고 화해한다.
사람들은 낮은 낮대로, 밤엔 밤대로 조촐한 환락을 즐긴다. 그러면서 건강은 끔찍이 생각한다."
군중들은 고함과 환호성으로 혀를 차며 "우리에게 그 인간말종을 내놓아라, 우리가 인간말종이 되겠다. 우리가 너에게 위버멘쉬를 선사하마"라고 말했다.
자라투스트라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 오랫동안 산속에 있었나보다. 웃으면서 나를 미워하는 구나. 저들의 웃음은 얼음같구나"
6
그 때 줄타는 광대가 곡예를 시작했다. 광대는 작은 문에서 나와 두 개의 탑을 잇는 줄 위를 걸어갔다. 반쯤 갔을 때 다시 그 작은 문이 열리더니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익살꾼이 뛰어나와 잰 걸음으로 광대를 쫓아갔다. "어서 앞으로 가! 이 절름발이, 느림보야. 내 발꿈치로 널 차기전에! 뭘 꾸물 대냐? 네가 있을 곳은 저 탑 속이야! 너는 지금 너보다 뛰어난 자를 가로막고 있다." 익살꾼은 소리 지르면서 점점 가까이 광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광대를 훌쩍 뛰어넘어 갔다. 광대는 자신의 적수가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보고 깜짝놀라 정신을 잃고 허둥대다 밧줄을 헛디뎌 장대를 놓쳤다. 그리고는 손과 발을 허우적거리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끔찍한 광경에 모여있던 군중은 모두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달아났다. 떨어진 광대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살아 있었다.
자라투스트라는 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여기서 뭐하고 계시는 건가"
광대 : "오래전부터 그 놈이 나를 넘어뜨릴 줄 알고 있었지. 그 놈이 날 지옥으로 끌고 가고 있어. 그대가 날 막아주겠는가?
자라투스트라 : 친구, 내가 명예를 걸고 말하건데 그대가 말하고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마도, 지옥도 없어. 네 영혼은 네 육신보다 빨리 죽을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광대 : "그대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죽어도 아무 것도 잃지 않는 것이지. 그래, 난 매질을 당하고 변변치 못한 먹이를 미끼로 춤이나 추도록 훈련받은 짐승이니까."
자라투스트라 : "그만하시오. 당신은 위험을 천직으로 삼아왔소. 경멸받을 일은 아니오. 이제 그로 인해 파멸을 맞고 있으니 내가 그대를 묻어주겠소."
죽어가는 광대는 손을 꿈틀거렸을 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7
저녁이 되어 시장에도 어둠이 내렸다. 자라투스트라는 죽은 광대 옆 바닥에 앉아 한참을 생각한 후 일어섰다. "사람이란 존재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가 지닌 의미를 깨우쳐주고자 한다. 그것은 위버멘쉬, 사람이라는 먹구름을 뚫고 내리치는 번갯불이다. 그러나 난 아직 사람들의 맘에 닿지 못하고 있구다. 밤은 어둡고 갈 길 또한 어둡구나. 자 가자. 차갑게 식어버린 길동무. 내 너를 묻어주겠다."
8
자라투스트라는 송장을 메고 길을 떠났다. 그 때 익살꾼이 다가와 말했다. "어서 떠나시오. 선한자, 의로운자, 신앙인 모두들 당신을 미워하고 있소." 그리고 조금더 가서는 무덤 파는 자들을 만났다. "자라투스트라가 죽은 개를 짊어지고 가는 구먼. 악마의 고기를 훔치는 겐가? 악마가 너희 둘을 먹어 치우겠구나." 자라투스트라는 아무런 대꾸도 않고 계속해서 길을 갔다. 그리고 외딴 집에 멈춰 섰다. 그러자 한 노인이 손등을 들고 나왔다. "산 사람 하나와 죽은 사람 하나요. 먹고 마실 것을 좀 주시오." 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온 자라투스트라는 두 시간쯤을 더 걸어가서 송장과 함께 숲에서 잠이 들었다.
9
다음날 오후가 되서야 자라투스트라는 잠이 깼다. 그리고는 뭔가를 깨달은 듯 환호하며 속으로 말했다. "나는 목자들로부터 도둑이라 불리길 원한다. 선하다는 자와 의롭다는 자들은 자신들이 떠받들어온 가치관을 파괴하는 파괴자를 범죄자로 미워한다. 하지만 이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자다. 창조자는 길동무를, 같이 추수할 자를, 자신의 낫을 갈 줄 아는 자를 찾는다. 사람들은 이런 자들을 파괴자, 선을 경멸하는 자들이라고 부르겠지."
자라투스트라는 송장과 작별하며 말했다. "민중들과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다. 나는 창조하는 자, 추수하는 자, 축제를 벌이는 자들과 함께 하겠다. 그들에게 위버멘쉬에 이르는 계단을 남김 없이 알려주겠다. 홀로 있는 은자들에게, 단둘이 숨어 지내는 자들에게 나의 노래를 불러주리라. 그리고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자의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워주겠다. 미적거리는 자와 머뭇거리는 자들에게는 몰락의 길이 되리라."
10
독수리가 한마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고 뱀 한 마리가 거기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먹이가 아니라 벗인듯 했다. "나의 짐승들이다!" 자라투스트라는 기뻐했다. "나 영리해지고 싶다. 뱀처럼 철저하게! 언젠가 나의 영리함이 날 떠난다면 나의 긍지 또한 나의 어리석음과 함께 날아가버리길."
그렇게 자라투스트라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눈에비친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