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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3 / 징검다리에 서서 머뭇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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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3


살아 있는 몸으로서 선택의 여지를 박탈당한 한 그루의 나무.
그는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러 냇가로 걸어갈 수 없다.
병이 났을 때 치료받으려고 의사를 찾아갈 수 없다.
그는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며 자연으로 회복되기를 뜻하는 수밖에 없다.
한 그루의 나무는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그리고 무엇으로 만족할까.

사람은 그 이상의 만족을 바라는가.
그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하는가.
그 이상의 능력과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선택의 허구에 시달리는 사람.

기억할 수 없는 생명의 태동기에 나무에게도 선택을 구사하고자 하는 자유의 의식이 있었다고 하자.
그 자유의 의식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수없이 되풀이한 좌절의 경험 때문에 아마도 그 자유의 의식은 드디어 자연의 질서에 동의하고 말았을 게다.
사람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자유의 의식에 대해서도 결국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의 질서가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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