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과 관념뿐이다 - 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출신인 흄(David Hume, 17110426 ~ 17760825)은 12살에 에딘버러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위를 받지 못하고 거리의 철학자가 되었다. 이후 교수가 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가정교사, 비서, 도서관 사서 등의 직업을 거치면서 저술활동을 통해 <인간본성론>, <영국사> 등을 남겼다.
흄은 지각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감각, 정념, 정서 등이 정신 속에 최초로 영상을 만들 때" 발생하는 인상들이고 또 하나는 "사유와 추론을 행할 때 생기는 인상들에 대한 희미한 영상인 관념들"이라고 말했다. 인상과 관념은 강력함 정도의 차이다. 인간은 관념들을 발생하는 순서에 따라 보유하는 기억의 능력과 이미 인상들에서 생겨난 관념들을 재배열하는 상상력을 갖고 있다. 상상력은 금과 산이라는 기존의 인상들에서 생겨난 단순관념들을 결합하여 황금산이라는 복합관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새로 발생하는 단순관념들은 오로지 인상들에서만 유래한다. 감각인상에 의한 주장만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신의 존재, 영혼, 실체 등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는 없다.
흄의 갈래(Hume's Fork) - 모든 의미있는 명제는 관념들간의 관계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 명제에 포함되어 있는 용어들의 의미에 의해 필연적으로 참이거나 거짓이 되는 명제들이거나 또는 추정적인 사실에 대한 짐작이기 때문에 우연적으로 참이나 거짓이 되는 명제들이어야 한다. 신, 영혼 등은 감각인상들에서 유래하지 않기 때문에 필연, 우연 그 어느 부분에도 속할 수 없다. 이것은 양이나 수에 관한 추상적인 추론 혹은 사실과 존재에 대한 실험적인 추론 어는 것도 포함하지 않는다.
인과관계의 관념은 그 원인과 결과의 관념을 주었던 사건의 경험을 통해 발전한 정신의 습관이다. 실제의 관찰로 두 사물간에 작용하는 원인을 얻을 수는 없다. 원인에 대한 감각인상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필연성은 세계 안에 있는 사물들의 존재방식의 일부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정신의 사유방식에 속한다. 그런 사건의 항상적 연접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흄은 버클리의 관념과 외부 세계에 대한 부정을 완화시켜 이어받는다. 사실 로크처럼 경험을 통한 지식의 신뢰성을 추적하고자 했다. 그래서 로크처럼 지각되는 것을 둘로 나누었다. 감각처럼 생생한 것을 인상. 이 인상이 재생되면서 희미해지는 것을 관념이라 했다. 그러나 로크와는 다르게 사랑, 미움, 갈망 등도 생생한 것으로 인상에 포함시켰다. 관념의 모든 원재료는 인상이 된다. 흄은 어떤 관념이든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최초의 인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합리론자들이 본유관념으로 생각하는 신조차도 인상에서 나온 관념으로 취급했다. 신이란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정신적 속성을 생각해보고 그 속성의 선하고 현명한 면을 무제한 확장시켜 획득한 것이다.
흄은 경험을 섞고 그것들의 위치를 바꾸는 정신능력이 관념이라 정의한다. 인상이 흐릿해진 것이 관념이지만 상호간에 연합작용을 함으로써 다양한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연합작용은 유사성과 상이성의 법칙, 공간적 시간적 근접성의 법칙, 원인과 결과에 의한 인과성의 법칙등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인간이 갖고 태어나는 본유관념이나 이성의 법칙이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된 습관에 의한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지식은 관념간의 관계와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관념과 관념의 관계가 내적 성찰 또는 반성을 통해 비교함으로써 진의를 파악한다. 가령, 수학의 명제와 같은 것은 논증적 확실성을 가질 수 있다. 후자는 경험세계에 대한 지식이다. 이것은 '불을 피우면 연기가 난다'와 같은 것으로 꼭 맞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맞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그런 현상을 자주 보았기 때문에, 혹은 무비판적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뿐이다. 연기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필연성이 아니라 개연성의 세계이다. 이 중에는 인과관계가 그렇다. 원인과 결과일 것만 같은 두 대상의 인상이 습관적으로 반복되여 마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관적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어떤 사물을 인식한다고 해서 우리가 없는 동안에도 그 물건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습관적으로 그것이 거기에 존재하는 것처럼 믿고 행동하는 것이다. 외부 세계는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이나 습관에 의해 믿는 것뿐이다. 외부세계가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지에 대해선 알수 없다.
우리는 자아에 대한 어떤 관념도 가지지 못한다. 나 자신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여러가지 지각일뿐 실체는 아니다. 뚱뚱하거나 마르다거나 기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뿐이다. 그러므로 변하지 않는 자기 정체성은 없다.
흄의 회의적인 사상은 칸트를 비롯한 다수의 철학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이런 경험주의 흐름은 이후 형이상학적 사변을 배척하고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탐구를 강조하는 논리실증주의의 풍토를 가져온다.
눈에비친햇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