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페도클레스의 삶과 철학
엠페도클레스(Ἐμπεδοκλῆς 전490 ~ 430)는 시칠리아 섬의 한 도시 아크라가스(현재의 아그리겐토)에서 태어났다. 부모들이 저명해서 금빛 허리장식이 둘러진 보라색 옷을 입고 청동신발을 신을 만큼 귀하게 자랐다. 피타고라스학파를 받아들여 윤회를 주장했고, 자연 철학자로서 다원론을 내세웠다. 의사이자 정치가, 변론가, 시인, 철학자였다.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400행의 시 <자연에 관하여 (Peri physes)〉와 <정화(Katharmoi)〉중 100행정도가 전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 전384~322)는 그를 수사학의 창시자로, 갈레노스(Κλαύδιος Γαληνός, 129~199)는 이탈리아 의학의 초석을 다진 사람으로 칭송했다. 루크레티우스(Titus Lucretius Carus, 전99~55)는 그의 6운각 시에 감탄했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화산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영국의 시인 매튜 아놀드(Mattew Arnold, 1822~1888)의 시 〈에트나 산정의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On Etna)〉에 따르면 엠페도클레스는 추종자들에게 자기가 신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에트나 화산 꼭대기의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평소 자신은 불멸의 신으로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하며 다녔고 지식이 자신을 신처럼 만들었고, 죽은 자를 깨우거나 날씨를 통제하는 마법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그것을 증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화산에는 신발을 벗어놓고 뛰어들었다는 설과 신발이 다시 튀어나왔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건 다 그를 추앙하기 위한 전설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시칠리아에서 추방되어 펠레폰네소스로 짐작되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설도 있다.
당시 아크라가스 정부의 폭정에 대항하여 용감하게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평등주의를 주창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모든 생물은 정신적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평등을 신봉했다. 인간의 영혼이 사람은 물론이고 식물이나 동물로도 환생할 수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신념을 공유하였고 자신이 “이미 한 때는 소년과 소녀, 관목과 새, 그리고 여행하는 물고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주창으로 얻은 이런 평등주의에 대한 보답으로 시민들은 그에게 왕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사랑만이 완전히 지배하던 시대, 모든 원소들이 단일하고 신성한 원 안에서 결합되어 있었던 때가 있었다(이것은 파르메니데스가 말한 구형과 상응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움이 서서히 힘을 얻게 되어 원소들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랑은 저항하면서 겨우 산, 바다, 별 등으로 세상을 만들었다. 현재에도 사랑이 몇몇 원소들을 모아 하나의 피조물을 만들어내고 나면 미움은 그것을 분해하여 재가 되도록 한다. 그리고 계속 반복된다. 이런 철학은 그의 도덕관으로도 연결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신들로부터 추방된 방랑자라서 신성을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또한 미움의 힘이 어떻게 인간이 악을 행하도록 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신성한 본질로부터 멀어지는지를 묘사하였다. 인간이 동물을 제물로 바치거나 먹으면 더 저등한 존재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라 피타고라스의 믿음처럼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살아야 정령들이 뭉쳐질 수 있고 신성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이 세상이 불, 물, 흙, 공기 등 불변의 네 가지의 근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네 원소 중 어느 것도 다른 것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없으며 비율로만 결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뼈는 물2, 흙2, 불4의 비율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죽는 어떤 것에서도 탄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주저하는 죽음이란 종말이 아니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결합과 분리일 뿐, 탄생이란 다만 인간이 이들에게 붙인 이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일정한 수의 궁극적인 원소를 설정하고 확정된 수학적 비율에 따른 결합에 주목함으로써 화학의 기초를 닦았다. 실제로 그의 이러한 이론은 18세기 초까지도 타당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네 원소를 결합하고 분리하게 만드는 동력은 사랑과 미움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결합키고 미움은 모든 것을 분리시키는 보이지 않는 원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동질의 것에 의해 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흙으로 흙을 보고, 물로 물을 보고, 공기로 공기를 보고, 불로 타오르는 불을 보고, 사랑으로 사랑을 보고 미움으로 미움을 본다는 것이다. 훗날 아리스토텔레스도 “유사한 것은 유사한 것에 의해 알 수 있다”고 공식화했다. 또한 감각이 오로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한 파르메니데스와는 달리 감각기관을 신뢰했다. 그는 관찰을 통해 지식을 얻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대 의학의 세 학파 중 하나의 창시자로 인정받는다. 그는 또한 모든 생명체들이 각기 유리한 형질로 살아남는다고 진화론적인 과학을 말한다. 처음에는 많은 종류의 생명체들이 존재했으나 이후 불완전한 것들은 살아남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들은 잘 적응한 생명체들과 달리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는 부적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윈(Charles Dawrin)이 자연도태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찾기 2300년 전에 그 원리를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눈에비친햇빛